술을 잘 마시는 게 ‘멋짐’인 줄 알았던 시절
술을 잘 마시는 게 하나의 스펙이라도 되는 마냥 뽐내며 마시던 시절이 있었다. 맥주도 소주도 막걸리도 와인도, 주종을 가리지 않고 마구 들이부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막걸리 6병을 마시고 병이 낫다. 술병이 이렇게나 괴로운 것인지 난생처음 알게 되었던 스물다섯의 겨울, 병원에 다녀와서야 겨우 진정한 후 막걸리를 끊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한다는데. 스물여섯, 나의 직장은 건설회사였고 술과 담배가 흔한 회사였다. 전체 회식날, 냉면사발에 소주를 부어 먹은 적이 있었는데 결국 병원 신세를 졌다.
‘나는 술이랑 친하게 지내면 안 되는 사람이구나?’
한때는 맥주를 사랑했어요.
그럼에도 끊어내지 못한 게 하나, 맥주였다. 여름밤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김치냉장고에서 꺼내 마시는 캔맥주는 행복이었다. 한 캔의 맥주와 함께하는 프로야구경기 관람은 고된 나의 하루를 정리해 주는 마침표 같았던 것.
서서히 주량은 줄어갔지만 그럼에도 끊어내지 못했던 맥주. 가끔 마시는 맥주는 몸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회식자리에서 눈치 보지 않을 정도는 될 수 있다고 위로했다.
급성 췌장염이라고?
술을 마신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고통을 호소했는데 무리한 날에는 늘 병원 신세였다. 그럼에도 이런 신호들을 무시하고 회식에 참여하고 술을 마시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겨울, 컨디션이 나빴지만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회식이 있었다. 주변엔 늘 술을 권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결국 맥주를 1병 넘게 마신 게 화근이 되었다.
다음 날 속이 쓰리듯 아팠다. ‘숙취인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질 않았다. 늘 달고 사는 위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얼굴은 파리하게 창백해져 갔다.
담낭암 수술을 받고 식습관을 바꾼 나의 팀장님은 파리해진 내 얼굴을 보고 병원을 권했다.
“위염 문제가 아니라 간담췌 문제일 수 있으니 병원에 가 초음파를 찍어보는 게 어떻겠니?”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물 한 모금도 넘길 수 없는 상황이 오자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팀장님... 저 병원에 다녀와도 될까요?”
증상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여러 검사를 시작했다. 피검사, 복부 초음파부터 맹장 초음파까지. 염증이 생겼는지 열에 시달렸다. 결론은 급성 췌장염.
“췌장의 염증수치가 매우 높게 치솟았어요.”
원인은 술.
맙소사… 나 그러면 맥주도 못 먹는 거야 이제…?
술을 끊었습니다.
췌장염이라니. 위염, 간염은 들어봤지만 췌장염은 처음이다. 주변 반응도 췌장염이라는 말에 놀라움 반, 그게 뭔지 궁금함 반.
급성 췌장염은 2주가 지나고서야 조금씩 괜찮아졌다. 정말 힘들었던 시간을 보내고 다짐했다.
‘더 이상 내 인생에 술은 없어!’
금주는 주변에서 도와주어야 가능한데 다행히 나의 짝꿍은 술을 즐기지 않는다. 회식이 아니고서야 술 마실 일이 없는 짝꿍과 금주를 선언한 나. 우리의 냉장고에서 술이 사라졌다.
직장상사가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것은 나에게 정말 행운이었다. 회식이면 늘 상사 근처에 앉아 음식을 맛있게 먹고 함께 귀가했다. 술을 먹지 않는다고 어느 누구도 나를 비난할 수 없었다.
직원들과 2차를 함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없었다.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고 집에 귀가할 수 있었고 이른 저녁 빠른 귀가가 가능해졌다. 금주 생각보다 좋은데..?
술이 없어도 즐겁게 살 수 있어요.
이제 맥주가 없어도 나는 즐겁게 야구경기를 관람한다. 술이 없어도 맛있는 음식과 함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 언제든 어디서든 운전이 가능하다. 당당하게 회식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 더 이상 병원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물론, 야구장에서 치맥하는 사람을 보면 약간의 아쉬움은 생기지만…!
제발!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은 받지 마세요. 술 때문에 아프거나, 술 때문에 고통스럽다면 금주를 추천합니다.
나를 갉아먹는 술, 끊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