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을 공유하고 싶어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독서모임에 나갔던 적이 있었다. TV프로그램 알쓸신잡을 볼 때마다 나도 이런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해졌기 때문이다.
회사 근처에서 진행하는 독서 모임을 찾아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난생처음 독서모임에 참가했다. 꽤 많은 사람이 모였고 4명씩 그룹 지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때까지 나는 독서모임이란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날은 읽었던 책 중 소개하고 싶은 책을 들고 오는 자유 독서모임이라 안내를 받았다.
A군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노인이 물고기를 잡는 이야기다. 지루하다. 노인의 생각이 담겨있고 커다란 스토리가 있는 책은 아니다. 짧은 소설이라 모임일정에 맞춰 읽었는데 나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노인과 바다>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대게 일치했다.
B군은 <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이라는 책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본인의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성악설을 믿는 B군은 정유정 작가의 악의 시리즈 3권을 이야기하며 신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C군은 <믹스>라는 책을 소개했다. 이 또한 처음 보는 책이라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소설은 시간낭비처럼 느껴져 자기개발서 위주로 독서를 한다고 했다. 자기개발서에는 이미 작가가 읽었던 유명한 작품들이 다 들어있기 때문에 내용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돌아왔다.
생각보다 실망감이 컸던 자유 독서모임
나는 김연수 작가의 <일곱 해의 마지막>이라는 책을 읽고 소개했다. 다들 처음 보는 책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김연수라는 작가도 생소했을 뿐만 아니라 백석 시인도 모두 모르는 눈치였다.
“일곱 해의 마지막은 백석 시인의 말년, 일곱 해의 기록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이며 고증이 잘 된 책이에요. 지식인의 이상이 사회적 현실에 부딪혔을 때 무능해지는 처지가 굉장히 안타까웠고...”
책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이어갔지만 다들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최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그 눈빛, 나는 내 의견을 열심히 피력하기 시작했다.
“저는 소설이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에 좋아합니다. 물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 비문학과 자기개발서도 좋아하지만, 소설은 내 상황과 경험에 빗대어 타인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기에 좋아합니다. 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느껴지는 내용이 독자마다 모두 다를 테니 더 재밌죠. 또 커다란 서사가 있는 소설도 매우 재미있지만 노인과 바다처럼 생각과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소설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나름대로 내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했다 생각했지만 더 이상의 토론은 없었다. 그렇게 모임 시간이 끝났다.
헤세와 함께한 지정 독서모임
생각보다 아쉬웠던 자유 독서모임을 뒤로하고, 지정 독서모임에 참가했다. 지정 책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확실히 하나의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니 집중력도 높아지고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어떤 구절이 좋았고, 어떤 이야기는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 공감이 되었고... 활발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독서모임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다시 홀로 독서의 길을 걷고 있다. (알쓸신잡을 바란 건 내 욕심이었을까?)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를 찾을 때까지
한동안 홀로 책을 읽다 보니 다시금 토론의 열망이 끓어오르고 있어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잘 맞는 독서모임을 찾을 날이 오겠지?
이건가? 하는 물음표가 아닌 이거야! 하는 느낌표가 오는 독서모임을 찾을 날을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