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간이 MeganLee Mar 23. 2021

샐고감: 샐러드, 고기, 감자

나의 북유럽 저녁식사

 

점심 먹으면서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한국인으로서, 무엇을 먹느냐가 삶의 질에 끼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한 북유럽 사람들의 사고는 여전히 충격적일 정도로 다르다. 주위 네덜란드인 친구들을 보면 화요일은 생선, 수요일은 채식, 목요일은 스테이크 식으로 요일마다 종목이 정해져 있기도 하고, 극단적인 예로는 한 달 식비를 고정해두고 (심지어 슈퍼마켓의 세일 스케줄에 따라) 미리 식단을 짜 두기도 한다. 그때그때 정하는 기분파도 있는데 그런 기분파에게 요리문화가 다양하지 않은 이 나라에서 선택할 만한 옵션은 그리 많지 않다.


그때 쉽게 떠오르는 것이 바로 ‘샐고감’이다. 밥과 두어 가지 반찬만 갖춘 우리나라의 기본 밥상에 견줄 만한 북유럽의 밥상이기도 하. 샐러드, 고기, 감자로 구성된   그릇 식사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건강해 보이는 초록의 무언가까지  들어있다는  덕분에 인기 메뉴로 자리매김한  닌가 싶다. 네덜란드어로는 Aardappelen(감자), Vlees(고기), Groente(채소) 앞글자를 따서 AVG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사실 감고샐?


네덜란드의 전통적인 샐고감은 Stamppot(스탐폿)으로 케일을 넣은 으깬 감자에 거대한 소시지가 올라간 음식이다. 초록빛의 매쉬드 포테이토에 거인의 손가락 같은 소시지가 통째로 올라갔으니 쉽게 짐작하듯 구미가 당기는 비주얼은 아니다. 암스테르담에서 6년을 살면서  번쯤은 먹어봐야   같아  한번 먹어 보았으며,  후로도 딱히 생각나거나 하지 않았으니 맛도 쉽게 상상이  것이다.


나는 으깬 감자보다는 팬에 튀기듯이 구운 감자를 좋아하고,  샐러드보다는 구운 야채를 좋아한다. 고기는 다양하게 좋아하는 편이지만 여기서는 돼지고기를 먹을 일이 많지 않아서 기회가 있으면 돼지를 선택하는 편이다.



감자는 찬물에 빠득빠 씻어 껍질채 깍둑 썰고 로즈마리와 소금, 후추를 쳐서 오븐에 굽는다. 콩대는 냄비에 물이 팔팔 끓으면 익을 때까지 데친 후 물을 따라낸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잘게 다진 샬럿을 볶다가 익은 콩대를 넣고 어울리도록 함께 볶아주면 어느새 채소 부분 완성이다.  팬을 달궈 돼지안심을 요리한다. 맛있는 연기를 내며 어가는 돼지 안심은 인내심 있게 지켜봐 주어야 한다. 자칫 다른  하다가 타기라도 하면 마지막 단계인 소스 만들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익은 고기는 꺼내서 호일로 감싸 두고, 안심을 굽던 팬 그대로 다진 샬럿을 고 잘 볶는다. 여기에 물을 조금 부어 맛있는 갈색 팬 바닥을 디글레이즈하고 딸기잼을 두어 스푼  이면 안심 위에 흘려줄 달콤 짭짤한 소스가 된다. 오븐에 넣어둔 감자가 따끈하게  익으면 꺼내어 맛을 본다. 기분 좋은 날은 감자버터한번  볶아 겉을 바삭하게 하는데, 키친을 가득 채우는 향기가 그 수고로움을 망각시킨다.


한데 모아 담은 한 접시, 나의 샐고감 북유럽 저녁식사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일이 복잡한 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