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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간이 MeganLee Jul 22. 2021

2021 상반기 독서 목록

서른두 살 반, 26권의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심판'을 마지막으로 나는 올 상반기 독서를 끝냈다. 총 26권. 지금껏 읽은 만큼을 하반기에 더 읽어야 간신히 50권을 채우겠지만, 이만큼 책을 많이 읽은 해는 대학교 2학년 시절 한 해 100권 읽기를 했을 때 이후로 처음이다.


12월에 주로 읽은 뇌 과학 책에 이어 1월에는 심리학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다. 코로나로 인한 전면 락다운과 저녁 아홉 시 통금으로 어쩔 수 없이 집에만 있게 된 데다 일찍 깜깜해지면서 매일 춥고 비 내리는 날이 계속되면서 우울감이 나를 덮쳤기 때문이다. 문제에 부딪힌 후 해결할 법은 막막한데 딱히 도움을 청할 곳도 없을 때, 내가 찾는 건 항상 책이다. 고민 중인 주제를 다루는 책을 여러 권 찾아 쌓아 두고 읽다 보면 어느 순간 해결법이 어렴풋이 형상을 갖춰간다. 나의 우울감도 그랬다. 막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면 우울감이 극복될 것이다'는 식의 조언은 내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긍정적인 생각이 어떻게 한 인간의 행동 패턴을 결정지을 수 있는지, 작은 일이라도 감사한 점을 매일 밤 적어보는 게 사고 회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한 내용은 내게 이런 조언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다리가 되어주었다. 


3월부터는 재미있게도 죽음에 관련된 에세이를 많이 읽기 시작했다. 서울대 암 병원 18년 차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가 쓴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는 특히 좋았다. 죽음을 선고하는 의사의 특수한 입장에서 죽음이 삶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관찰한 시선이 새로웠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 유한성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죽음을 쉽게 망각한다. 마치 불멸의 존재기라도 한 것처럼 삶을 살다가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안녕을 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남은 시간마저 송두리째 놓아버리거나 별똥별처럼 스러지기 전까지 찬란히 빛나거나. 책에 소개된 다양한 환자들의 예를 읽어가며 생각했다.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삶을 살아감으로써 죽음을 준비하고 싶은가? 


이 외에도 여러 권의 좋았던 책이 있지만 그중 단연 최고는 'The Untethered Soul'이었다. 사실 이 책은 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절친한 인도네시아 친구가 본국으로 돌아갈 때 준 이별 선물이다. 'It's about journey, not destination'이라고 적힌 카드와 함께 받은 이 책은 2년 전부터 책장에서 먼지만 모으고 있었다. 쉽지만 곱씹으며 읽게 되는 깊은 내용의 책이라 느릿하게 읽다가 자꾸 흐름이 끊겼기에, 이번에는 계획을 달리해서 6-7페이지 정도의 작은 챕터를 한 개씩 매일 읽었다. 마음이 분주해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된다면,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어떤 가치를 우선시해야 할지 헷갈린다면, 인생의 의미를 곱씹다 문득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면, 무조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원서지만 쉬운 영어로 쓰여있고 소 챕터 내 같은 주제를 다른 문장으로 여러 번 반복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최악의 책은 재미 삼아 읽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다. 나는 리디북스와 밀리의 서재 구독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고 있는데, 두 앱 모두 들어갈 때마다 소설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 책이 있었다. 고전 소설이 아니고서야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만 편식해서 읽는 독자로써 반신반의하며 일단 펼쳐 보았는데 여간 실망이 아니었다. 한 번 시작한 책은 아무리 힘들어도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일단 끝을 내기는 했지만 크게 몰입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감동도 교훈도 없었다. 게다가 불편하게 지어낸 등장인물들의 외국 이름까지, 왜 그렇게 열풍이었는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공계 출신에 삼성전자를 다니다가 퇴사해 결국 창작의 꿈을 이뤘다는 이미예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정말 좋아하지만, 책 자체는 '좋은 소설'이라고 불리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고 본다.


아래는 책 리스트와 완독 날짜다. 


1.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 전홍진 (1/5)

2. 어쩌다 정신과 의사 - 김지용 (1/9)

3. 어린 왕자 - 생텍쥐페리 (1/10)

4. 여행의 이유 - 김영하 (1/15)

5. 최강의 식사 - 데이브 아스프리 (1/18) 

6.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류시화 (1/21) 

7. The Untethered Soul - Michael Alan Singer (1/26)

8. 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 (2/5)

9.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이미예 (2/6)

10.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 힐러리 제이콥스 헨델 (2/8)

11. 성숙한 어른이 갖춰야 할 좋은 심리 습관 - 류쉬안, 원녕경 (2/23) 

12. 오늘 뭐 먹지? - 권여선 (3/1) 

13.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류시화 (3/2)

14.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 완 (3/10)

15.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김범석 (3/15) 

16.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 박우란 (3/18) 

17. 킵 고잉 - 주언규 (3/25) 

18.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4/1) 

19. 정서적 협박에서 벗어나라 - 저우무쯔 (4/12) 

20. When Breath Becomes Air - Paul Kalanithi (4/16) 

21. 시크릿 - 론다 번 (5/19)

22. 죽음 1 - 베르나르 베르베르 (5/24) 

23. Tuesdays with Morrie - Mitch Albom (6/11) 

24. 죽음 2 - 베르나르 베르베르 (6/12) 

25. 인생의 12가지 법칙 - 조던 피터슨 (6/24) 

26. 심판 - 베르나르 베르베르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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