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헌신짝 버리듯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쓸모가 없어지면 버린다는 말인데, 그 속엔 싸늘한 모습들이 배어 있습니다.
몇 해 전, 헌 신을 버렸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직장 옮기고 새로 산 스니커즈였습니다.
그 녀석과 함께 출퇴근을 했고, 고객을 만났습니다.
푹신하고 가볍고 멋스러웠습니다.
가끔은 체육관에서 운동화 대용으로도 쓸 정도였죠.
녀석과 함께하는 동안, 자랑스런 실적도 제법 올렸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색깔이 바래고 여기 저기 생채기가 하나 둘 쌓이며, 마음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녀석이 창피하고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이미 번듯한 자리에 나가려고 세련된 새 구두를 샀고, 트레이닝용 운동화도 샀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냥 편하게 신으려고 사무실 책상 아래 놨는데, 그 마저도 공간도 비좁아 걸리적댔습니다.
낡은 신발을 자리에 뒀다고 흠이라도 잡힐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그 녀석을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말았습니다.
잠시 함께한 옛기억에 젖어 아쉬운 마음도 일었지만, 이내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익숙해져가는 새 신발과 함께...
사실 아쉽다기보단 홀가분한 심경이었다는 표현이 적확할 겁니다.
헌 신짝을 버린다는 건 생각보다 냉혹한 기억이었습니다.
헌신적으로 달리고 있지만, 언젠간 나도 쓰레기통 앞 헌 신짝으로 여겨지는 순간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