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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게츠 Apr 17. 2018

12년 전 예상했던 미래, 현실이 되었을까?

앨빈 토플러 『부의 미래 』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006년 출판된 「부의 미래」를 통해 정보화 시대에 만들어질 '부'에 대해 예측했다. 저자가 말하는 '부 (wealth)'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 '부'는 강남의 40평대 오피스텔이나 국산 중형 자동차가 될 수 있지만 건강, 사랑, 강한 유대감처럼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항목도 포함한다. 책이 출판된 지 12년이 지난 지금 저자가 예측한 미래 중 어떤 것이 현실화됐을까?




심층 기반

부 창출 시스템이란 부가 생겨나는 방식을 말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제1, 2, 3의 물결을 거쳐 부 창출 시스템은 변화해왔다. 부의 제 1 물결은 농업혁명, 제 2 물결은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발전했으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제3의 물결은 지식사회를 바탕으로 발전한 시스템이다.


부 창출에 꼭 필요한 심층 기반이 있다. 이 심층 기반엔 직업, 노동분업, 소득분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식사회, 제3의 물결에서 중요한 심층 기반 3가지는 바로 시간, 공간, 지식이다. 이 세 가지 심층 기반을 토대로 12년 전 저자가 예측한 미래와, 12년 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비교해보자.




1. Youtube, 아프리카 티비, Netflix

부의 제 3 물결의 심층 기반 첫 번째는 '시간'이다. 우리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모든 분야가 같은 속도로 변화하지는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기업이나 사업체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빠르게 움직인다. 그에 비해 정치 조직이나 법은 느리게 변화한다. 따라서 빠르게 변하는 것과 느리게 변하는 것 사이에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이를 비 동시화 현상이라고 한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규제할 마땅한 법안이 없거나 자율 주행 자동차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법과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것을 보면 이런 비 동시화 현상은 1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비 동시화는 기관과 조직 사이에서만 발행하는 현상이 아니다. 일하는 시간이 유연해지면서 여가시간 또한 개인화되었다. 개인 간의 자유시간에도 비 동시화 현상이 일어난다. 저자는 일요일 오후 9시의 개그콘서트나 일요일 아침의 만화영화처럼 정해진 시간에 방영되는 TV 프로그램은 줄어들고 대신 언제든 볼 수 있는 '불규칙하고 다양한 길이의' 오락프로그램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저자가 예측한 대로 오늘날 개인 시간의 비 동시화를 넘어 언제든 볼 수 있는 Youtube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또한 우리는 시간에 맞춰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보다는 iptv, 넷플릭스를 통해 보고 싶은 에피소드를 골라보거나 중요한 부분만 편집한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는 등 효율적이고 개인화된 방식으로 미디어를 소비한다. 더 나아가 저자는 시청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프로그램에 직접적인 요구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게임, 실험, 리뷰, 음악, 요리. 아동, 화장 등 셀 수 없이 많은 분야의 유튜버, BJ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댓글, 실시간 채팅을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개인화된 미디어를 만들고 있다.


이에 비하여 미래의 텔레비전과 온라인 프로그램은 굳이 예측 가능한 시간에 맞춰 방영하지 않아도 된다. … 앞으로의 오락 프로그램은 불규칙하고 다양한 길이로 엮은 단편들로 구성될 것이다.
더 많은 미디어 시청자들이 그들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신종 장비들을 갖추게 될수록 이와 같은 표준 시간표로부터의 이탈도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시청자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시간에 맞는 주문형 프로그램에 대해 요구하는 것도 커질 것이다.


다양한 동영상 플랫폼들




2. Amazon

제3의 물결, 부의 심층 기반 두 번째는 '공간'이다. 책을 통해 저자가 서술한 다양한 공간적 예측 중 하나는 개인이 경험하는 공간적 범위의 확장이다.  하루 동안 우리가 방문한 웹사이트, 사용한 제품의 원산지, 휴가 때 가고 싶은 여행지 등을 지도에 표시하면 개인의 공간적 범위를 알 수 있다.


<비즈니스 위크>는 "PDA나 카메라폰 하나에 미국의 프로세서, 중국의 회로기판, 대만, 오스트리아, 아일랜드나 일본에서 디자인한 칩, 한국의 컬러 디스플레이와 독일의 렌즈가 들어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바로 이런 공간적인 관계들이 모여 각 기업이나 나라의 공간적인 범위가 규정된다.   


아이폰의 모든 부품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한국의 디스플레이, 일본의 카메라, 대만의 터치 ID를 중국에서 조립해 아이폰을 만든다. 대기업의 제품을 통해서만  다양한 나라에서 온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원한다면 아마존을 통해 전 세계 물건을 구매해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물건뿐 아니라 아마존으로 음악, 전자도서 등 전 세계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지금 나는 뉴질랜드에서 만들어진 책상 앞에 앉아 중국에서 만들어진 컴퓨터로 미국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글을 쓰고 있다. 사실상 현재 개인의 공간적 범위는 한계가 없다. 지구 전체다.


아마존의 드론을 이용한 배송




3. Space X

저자는 새로운 공간으로써 우주를 중요하게 언급했다. 이는 달, 화성 등에 착륙해 새로운 공간을 개척하는 것과 더불어 우주 산업과 기술이 지구에 있는 인류에게 미칠 영향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주 산업은 Space X가 이끌어 가고 있다.


Space X는 2002년 앨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항공 우주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민간 액체 추진 로켓을 지구 궤도에 도달시켰고, 우주선을 발사해 다시 회수했으며 민간 기업 최초로 국제 우주 정거장에 우주선을 도킹했다. Space X의 라인업으로 발사체 시리즈인 팰컨과 우주선 시리즈인 드래곤이 있다.


Space X의 목표 중 하나는 재활용 가능한 로켓 발사 시스템 개발로, 이를 통해 우주선 발사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우주선 발사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 기업이 가진 기술들로 어떤 미래가 올 수 있을까? 2017년 SpaceX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발사체 팔콘을 이용해 지구 내 여객기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팔콘의 발사 비용을 낮춰 상용화하게 된다면 우리는 전 세계 어디든 30분 안에 갈 수 있다. (BFR | Earth to Earth)

또 다른 기술로는 Starlink 프로젝트라 불리는 위성인터넷이 있다. 2020년대 중반까지 지구 저궤도에 1만 2천여 개의 통신위성을 발사해 전 세계에 1 Gbps에 달하는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려는 계획이다.     


이렇듯 저자가 언급한 인류가 우주로 향하는 시대는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다. 우리의 공간적 범위가 우주에 도달하면 Amazon을 통해 미국에서 배송된 물건을 받는 게 아닌, 화성이나 달에서 배송된 물건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


부의 장소에 있어서 다른 변화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 지구가 아닌 다른 공간으로 도약하는 것만으로도 부의 창출 면에서 혁명적인 전환이 기록될 것이다.


Sapce X




4. 빅데이터

저자는 제3의 물결, 세 번째 심층 기반으로 '지식'을 꼽았다. 정보화 시대, 지식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당연 지식이다. 12년 전 저자는 우리가 수집하는 정보의 총량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기에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결합하고 해석하는 방식이 중요 해질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 이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란, 기존 데이터베이스 관리 도구의 능력을 넘어서는 대량(수십 테라바이트)의 정형 또는 심지어 데이터베이스 형태가 아닌 비정형의 데이터 집합조차 포함한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추출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출처, 위키백과)


빅데이터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추천 서비스'다. 아마존의 물건 추천, 왓챠의 영화 추천, 알라딘의 책 추천, 스포티파이의 음악 추천, 구글의 맞춤형 광고 등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빅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또한 구글 번역, 기상정보, 보건의료, 생물학, 마케팅, 보안 등 미래 예측이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사용하며 빅데이터의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질 전망이다.


이미 우리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 데이터를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와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선 저자가 말했듯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데이터를 결합하고 활용해야 한다.


우리는 총 지식 공급량을 단순히 확대시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데이터베이스 화하고, 접근. 배포하는 방식도 바꾸고 있다.


뒤집어 보면 이전에 관련이 없던 아이디어와 개념, 데이터와 정보, 지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할 때 상상력과 창의력이 생겨날 수 있다. 지식 노동자들은 폭넓고 다양한 개인의 경험과 노하우를 끌어 모아 … 새로운 유추 방법을 사고와 의사결정 체계로 가져올 수 있다.   





부의 미래

책을 읽기 전 '과연 12년 전 미래를 예측한 책을 읽을 가치가 있을까?' 고민했다. 나는 이미 책에서 말한 미래를 지금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단편적인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세계가 움직이는 심층 기반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변화로써 미래를 예측했다. 그렇기에 세계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폭넓은 시각을 배울 수 있었다. 12년 전 쓰인 「부의 미래」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미래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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