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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의 퇴사, 그리고 진행 중..

벌써 5번째다.

앞으로 할 스타트업에 관한 이러저런 이야기를 풀어내기 전에, 내가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정리해보았다.




#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

내 첫 직장은 SNS를 전문으로 대행하는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난 이 회사에서 온라인 마케팅 업무를 해본 적은 없다. 면접 떄부터 대기업의 파견업무에 배정되었고, 입사 이후 바로 해당 대기업으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다.


이 당시의 업무는 온라인 마케팅이 아닌 SNS 를 접목한 신규 서비스 기획이었다. 당시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일부 얼리어답터의 전유물이었기에 대기업에서도 이해도가 전무한 상태였고, 온라인 마케팅을 대행하던 회사에서는 젊은 이미지와 플랫폼의 이해도를 강조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내가 다니고 있던 회사의 역량으로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사회경험이 있었던 똑똑한' 팀장 누나와 'SNS 헤비 사용자인' 나, 그리고 '해당 기업의 사업분야에 매니아였던' 친구의 시너지 덕분에 무사히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파견을 위해 구성된 팀, 그것도 달랑 3명이었지만 나름대로의 강점도 있었고, 대기업 특유의 체계적인 관리 체계와 고지식한 업무 프로세스가 우리같은 생초보들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짦은 6개월의 파견업무가 끝난 후, 나에겐 온라인 마케팅 업무가 배정되었고 고심한 끝에 IT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회사로 이직을 했다.




# 벤처 회사

내 두번째 직장은 자체적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던 벤처회사였다. 내가 합류하던 시점에 있었던 팀원들은 역량도 수준급이었고, 이미 10억원의 투자를 받은 회사였다.


실리콘밸리에도 법인이 있었고 미국에도 상주 직원이 있는 '해외 지향적인 스타트업'이었다. 덕분에 면접도 꽤 까다로웠고 면접 후에 제시된 과제에 대해서도 상당한 고민과 정성이 필요했다.


내가 가진 업무 스킬의 기본기는 이 회사에서 만난 동료 분들과의 협업을 통해 체득한 것이다. 사실 기획자의 가장 중요한 스킬 중 하나가 커뮤니케이션인데, 친절했던 동료 분들(개발자, 디자이너) 덕분에 새내기 기획자인 내가 쑥쑥 클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주목받던 회사였지만 몇 번의 실수가 겹쳐지면서 투자 자금을 상당히 소모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주 및 파견업무에 임금삭감까지 버텨봤지만.. 이미 활성화 된 외국 서비스를 상대하기엔 정말 미약했다.


어떻게든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했던 신규 프로젝트도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현업과 외주업무 병행) 로 인해 중단 되었고, 덕분에 난 처음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내가 퇴사한 후에도 그 회사는 약 6개월 정도 외주작업을 진행하며 버텼으나 그게 한계였다.)




# 코스닥 상장사

롤러코스터 같았던 벤처 회사의 경험이 내게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갈망을 불러 일으켰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버티컬 서비스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중견 IT 회사에 입사했다.


담당업무는 모바일 서비스 기획이었고 주로 안드로이드 앱에 관한 업무를 담당했다. 벤처회사에서 신규기획만 하던 내가 라이브 중인 서비스의 운영, 테스트, 유지보수 업무에 대한 주요 경험을 쌓았던 때다. 하지만 벤처 기업의 빠르고 유연한 업무가 몸에 배었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순차적이지만 답답한 업무 프로세스에 적응하기 위해 한참을 고생했다.


이 회사는 장단점이 극명했는데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Needs가 폭발하던 때였기 때문에 매일 오르는 지표와 매출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었고, 버티컬 서비스만의 매력도 상당했다. 하지만 아쉬운 조직문화와 업무체계는 모든 걸 상쇄할 만큼 별로였다.




# 다시 벤처 회사로..

지난 경험을 통해 체계적이고 보수적인 회사보다는 유연하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았고, 나는 연차가 조금 있는 벤처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이때부터 기획팀 소속의 팀원이 아닌.. 특정 서비스의 담당자 혹은 PM으로서,

현상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고

정리한 방안을 토대로 임원진과 실무진을 설득하고

승인된 계획안을 개발자들과 실행하고

실행 결과를 보고하는..


어찌보면 업무의 Lifecycle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업무를 시작했다. 따라서 회사의 임원(대표님)과도 가장 많이 대화를 한 시기였고, 처음으로 매출에 대한 고민을 했다.


담당했던 서비스는 버티컬 SNS 였는데 대중화되기엔 너무 사양산업의 카테고리에 머물러 있었다. 나름대로 형성된 매니아 층도 있었지만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도 컸고, 매출이 크게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었던 앱 내 광고를 시작했지만, 무분별한 도입으로 인해 매출의 향상과 동시에 사용자 이탈이 본격화되었다.


안타깝게도 구조조정까지 진행하고 있던 회사는 장기적인 매출 안정화보다는 당장의 현금화를 선택했고, 담당 중이던 서비스도 회사의 비전에서 멀어져 광고수입에 치중하게 되었다. 이즈음 나의 업무도 점차 한정되는 바람에 또다시 이직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 회사는 1년 뒤 IT 사업을 사실 상 포기했다.)




# 다시 스타트업

이직을 고민하던 시기에 학교 후배로부터 연락이 와서 오랜만에 마주하게 되었다. 스타트업에 합류한 후배는 회사의 처음으로 입사한 기획자였지만 경험이 없어 고생을 하고 있던 터라 내게 조언을 구해왔고, 다행히 내가 익숙했던 업무들이라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렇게 두세번 후배네 회사에 놀러 갔다가 대표님을 뵙게 되었고, 지금 1년 반이라는 시간을 이 회사에서 기획팀장으로 지내고 있다.




앞으로 내가 전하고자 하는 것들은 5개 회사에서 체득한 '겪어보지 않아도 될 일 or 피해야 하는 실수' 들로, 나의 경험이 조금이라도 다른 이에게 공감과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나 스스로의 고민과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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