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가 선호하는 팀은 어떤 팀일까?
이 글은 'IT 스타트업'을 전제로 작성하였고, 그 중에서도 10인 미만의 초기 팀 구성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SW 기업의 조직구성은 조직의 기능이나 담당 서비스에 의해 나눠지게 된다.
기능 상의 분류 : 기획팀, 개발팀, 디자인팀 등
담당 서비스로 분류 : XX사업팀 등
하지만 위와 같은 방식으로 팀을 구성하게 되면, 직원들의 책임과 역할이 세분화되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이나 프로세스의 도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국의 SW 기업들이 사용해온 안정적인 방식이긴 하나, 일당백이 필요한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오히려 업무의 비효율화를 초래하게 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중에서도 완전 초창기의 팀들에겐 어떤 구성이 필요한 걸까? 먼저 이를 살펴보기 전에, 작은 팀이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작은 팀은 늘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복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필자는 늘 2~3개 정도의 다른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이렇게 진행되는 업무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문제(혹은 사업비전) 제시 => 대안(기획안 or 사업계획서) 작성 및 검토 => 실제 개발
소수의 팀에서 사업비전이나 문제를 제시하는 사람은 대부분 CEO이며, 이에 대한 방안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은 기획자인 경우가 많다. (작은 팀에서 기획자는 구성원들과 논의를 통해 가설을 세우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많이 한다.) 그리고 이 중에서 최종 결정된 내용들은 실무진들에 의해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즉, 위 3단계야말로 작은 팀이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업무 프로세스이며, 팀 멤버들이 담당하는 업무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단계의 역할을 짊어지는 각 담당자들은 자신의 역할을 기반으로 의견을 내고 이에 대한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충돌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나쁜 것은 침묵이다.)
내 경험을 비추어볼때도 '큰 비전을 가진 CEO'와 '꼼꼼하고 현실적인 개발팀', 이 둘 사이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기획부서, 이 3자가 늘 충돌하고 있다. (여기서 개발팀은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 둘을 포함한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팀의 충돌은 대부분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VC나 외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문화를 가진 팀을 선호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요즘엔 아래와 같이 3명의 창업주로 구성된 팀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CEO : 사업의 비전 및 방향 제시
COO : 사업성 검토 및 팀 내 의견조율
CTO : 팀의 제품개발 담당
위와 같은 구성은 누군가의 독단적인 결정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며, 초기 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실수들을 방지해준다. 또한 사업이 궤도에 올라 조직이 확장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고통이 필요한데, 이를 창업주 1명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팀은 서로 고통을 분담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사업이 망했을 경우의 위험부담도 1/3으로 감소한다.)
안타깝게도 난 아직 이렇게 이상적인 팀을 만나보지 못했다. 물론 지금의 회사에선 약간의 흉내는 내고 있지만.. 가끔 저런 팀 구성이 왜 필요한가를 뼈저리게 느낄 때가 있다. 이미 팀을 구성한 스타트업일지라도 이상적인 팀을 위한 멤버들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꼭 생각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