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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팀원에게 필요한 덕목

바로 일관성

다른 회사도 그렇겠지만 스타트업은 특히 사업방향이나 업무의 중요도가 변하기 일쑤다.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 기대와 다른 평가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일이 풀려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스타트업은 다양한 실험과 실패를 반복해가며 조금씩 사업모델을 발전시킨다.


말은 위와 같이 간단하지만.. 


실상 안에서 일하고 있는 팀원들이 실험과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은 상당히 고통스럽고 지난한 일이다. 우리가 세운 가설이 틀릴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지만, 이게 실제로 틀렸다고 확인되었을 때 닥치는 허탈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또 실패를 바탕으로 수정사항을 가미하고 또 다시 실험을 반복한다. 간단하게 말한 위의 과정이 짧게는 2주, 길게는 1-2달에 걸쳐 반복된다.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서로의 생각이 뒤얽혀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실수가 발생한다.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하는 실수들은 대부분 하나의 주제를 오랜 시간 몰입한 상태로 여러 방향에서 살펴보기 때문이다. (혹은 알고도 그러거나..) 동료가 했던 이야기, 경영진이 했던 이야기, 내 생각 등이 뒤섞여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된 의견을 마치 내 생각처럼 착각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다.


물론 스타트업이 처한 시장 환경은 계속 변하고 이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는 팀원들도 생각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과거에 자신이 제시했던 의견과 그에 대한 결과까지 부정하는 것은 참 곤란한 일이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스타트업의 기획 업무는 회사나 서비스 및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대부분 경영진과 충분히 논의를 거쳐 진행한다. 그때도 평소처럼 경영진에게 서비스의 정책과 업데이트 날짜 및 서비스 오픈일에 관한 논의를 거쳤고, 드디어 서비스 오픈 당일이 되었다. 서비스가 오픈된 당일 오후에 경영진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요지는 '왜 상의도 하지 않고 일을 진행하냐'는 것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참 황당한 이야기였다. 분명 2-3주전에 서로 충분한 협의를 거쳤기 때문이다. 당황한 내가 당시 회의날짜와 장소 등을 기억해 말씀 드렸지만 돌아오는 말은 하나 뿐이었다.


'난 그런 기억이 없다.'


또 다른 일로는 이런 경우가 있었다. 전체 회의가 있던 날, 회사의 서비스 개선에 대한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이 오갔고 나도 경영진을 포함한 동료들에게 내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한 선임 개발자 분의 반대로 실제 채택은 되지 않았고, 얼마 후 경쟁 서비스에서 유사한 아이디어가 공개되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우리도 바로 적용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당시 반대했던 선임 개발자 분을 찾아가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그분이 내게 했던 말이 날 당황케 했다.


'OO 팀장님, 경쟁 서비스에서 나온 이 아이디어 좋지 않아요?'


분명 유사.. 아니 거의 같은 아이디어. 동일한 기능에 대한 안건을 반대했던 분이 경쟁사의 아이디어 도입을 신중히 검토할 뿐만 아니라 이 안건을 본인이 직접 전체 회의에 발의했다. 마치 본인이 처음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 후 첫 사례에 나왔던 경영진은 점차 실무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음과 동시에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두번째 사례에 나왔던 분은 수 차례 동일한 일이 반복되고 동료들의 항의가 커짐에 따라 회사 내에서 크게 혼이 났다. (그래도 두번째 사례에 나왔던 분은 그 안좋은 습관을 조금은 고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조직 생활을 할 때 이루어지는 업무는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물론 대기업은 업무의 대부분이 시스템화 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 간의 신뢰를 따지는 것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동료들 간의 신뢰가 정말 중요하다. 나는 이 특정인을 신뢰하는 기저에 '일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행동을 기억하고 일관성 있게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 

(일종의 맥락이랄까..)


이러한 믿음이 없는 동료는 스타트업을 떠나 정말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 혹은 실패에 대해 부끄럽더라도 인정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 말은 쉽지만 실천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우리가 스타트업에서 만나게 되는 동료라면 조금은 실수해도.. 부끄러워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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