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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화 Feb 06. 2017

아이가 말했다_ 이제 다 나았으니 곰젤리 다섯개만

아이가 많이 아팠다.


어른의 몸이 아프면 간단하다.

"병원 가. 약 먹어."

기침하면 감기구나. 토하면 체했구나. 가려우면 두드러기가 났나,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아이가 아프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증상보다 원인 쪽에 마음이 간다.

우리 아이가 왜 그럴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그냥 감기에 걸려서 기침하는 건데,

'왜 그러지? 아... 어제저녁 내가 추운데 빵집까지 걸려서 데려갔다 온 것 때문이구나.

내가 미쳤지 그 추운 날, 아이를 한참 걸리다니...'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아서 체한 건데,

'아까 밥 먹일 때 밥숟갈에 밥을 너무 많이 얹어서 먹였나?

천천히 먹여도 되는데 왜 그렇게 꾸역꾸역 먹였을까...'


목이 부어 힘들어하면

'내가 아까 꿀물을 타 먹일 때 너무 뜨겁게 먹였나 봐. 그래서 목이 부은 거야...'


아, 그래서 그런가. 혹시 그때 그것 때문에...?

내가 잘못해서 애가 아픈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덜컥 겁이 난다.


문득

'아이는 막 키워야 한다, 그래야 잘 큰다' 하는 말이 생각난다.

이 말의 속뜻은 진짜 되는대로 막 키우라는 의미보단,

아이를 낳아보면 대범하기가 쉽지 않으니 자꾸 그렇게 말함으로써

부모가 조바심을 내지 않도록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늘 의아했다.

사소하게는 아침밥을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목이 왜 이렇게 휑하니. 항상 목을 따듯하게 해야 해.'

'길 건널 때 조심해. 너무 차도 가까이 걷지 마.'

'밤늦게 다닐 때 절대 음악 크게 틀고 이어폰 끼고 걷지 마라.'

엄마 아빠는 왜 걱정을 사서 할까 싶었다.


그런데 웬걸, 나도 막상 부모가 되니 감정이 많아진다. 심지어

아이가 뭘 못하면 못해서 안쓰럽고, 잘하면 잘하는대로 짠하다.


4일 동안 감기를 호되게 앓고 난 아이가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말한다.


"엄마! 나 이제 다 나았어. 젤리 다섯 개 줘요."


그래. 넌 아팠고 엄만 열심히 간호했지.

아이는 아프면서 크는 거야.


"엄마! 내가 일어났는데 왜 아직 누워있는 거예요?

얼른 일어나서 나와~~~~"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래. 아이들은 막 키워야 해. 암 그렇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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