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점점 크면서 도와주려는 행동을 보인다.
물론 전혀 도움은 안 된다.
엄마 가방을 들어준다고 가져가선 땅바닥에 가방이 닳도록 질질 끌며 간다.
설거지를 할 때 자기가 해준다며 엄마는 비키라고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다.
빨래를 널 때 도와준다며 빨래를 하나씩 집어 바닥에 던진다.
그 모습이 정말 끔찍이도 사랑스럽다. (단,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오늘도 설거지를 하는데
아이용 디딤 계단을 가져와선 싱크대 앞에 올라서며 말한다.
"나도 어린이니까 엄마 설거지 도와줄게~"
너무나 고마운 말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땐 이런 행동도 사실 버겁다.
세제 거품을 손가락으로 찔러보는 아이에게
나는 심호흡을 깊게 한 후 부드럽게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감동받았어. 근데
아직은 조금 힘들 것 같아. 나중에 조금 더 크면 많~~~이 해줘. 매일 해 줘!"
그랬더니 '알았어' 한다.
"정말이야? 진짜로???"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조용히 고무장갑을 벗고
휴대폰 음성 녹음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방금 한 말 다시 한번만 해 볼래?"
이런 건 증거를 남겨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