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말했다_ 이제 다 나았으니 곰젤리 다섯개만
아이가 많이 아팠다.
어른의 몸이 아프면 간단하다.
"병원 가. 약 먹어."
기침하면 감기구나. 토하면 체했구나. 가려우면 두드러기가 났나,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아이가 아프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증상보다 원인 쪽에 마음이 간다.
우리 아이가 왜 그럴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그냥 감기에 걸려서 기침하는 건데,
'왜 그러지? 아... 어제저녁 내가 추운데 빵집까지 걸려서 데려갔다 온 것 때문이구나.
내가 미쳤지 그 추운 날, 아이를 한참 걸리다니...'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아서 체한 건데,
'아까 밥 먹일 때 밥숟갈에 밥을 너무 많이 얹어서 먹였나?
천천히 먹여도 되는데 왜 그렇게 꾸역꾸역 먹였을까...'
목이 부어 힘들어하면
'내가 아까 꿀물을 타 먹일 때 너무 뜨겁게 먹였나 봐. 그래서 목이 부은 거야...'
아, 그래서 그런가. 혹시 그때 그것 때문에...?
내가 잘못해서 애가 아픈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덜컥 겁이 난다.
문득
'아이는 막 키워야 한다, 그래야 잘 큰다' 하는 말이 생각난다.
이 말의 속뜻은 진짜 되는대로 막 키우라는 의미보단,
아이를 낳아보면 대범하기가 쉽지 않으니 자꾸 그렇게 말함으로써
부모가 조바심을 내지 않도록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늘 의아했다.
사소하게는 아침밥을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목이 왜 이렇게 휑하니. 항상 목을 따듯하게 해야 해.'
'길 건널 때 조심해. 너무 차도 가까이 걷지 마.'
'밤늦게 다닐 때 절대 음악 크게 틀고 이어폰 끼고 걷지 마라.'
엄마 아빠는 왜 걱정을 사서 할까 싶었다.
그런데 웬걸, 나도 막상 부모가 되니 감정이 많아진다. 심지어
아이가 뭘 못하면 못해서 안쓰럽고, 잘하면 잘하는대로 짠하다.
4일 동안 감기를 호되게 앓고 난 아이가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말한다.
"엄마! 나 이제 다 나았어. 젤리 다섯 개 줘요."
그래. 넌 아팠고 엄만 열심히 간호했지.
아이는 아프면서 크는 거야.
"엄마! 내가 일어났는데 왜 아직 누워있는 거예요?
얼른 일어나서 나와~~~~"
난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래. 아이들은 막 키워야 해. 암 그렇고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