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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도, 정치도, 해 버릇해야 실력이 는다

 코로나19 덕분에 요리실력이 늘었다. 여태까지 라면 같은 인스턴트 외에 직접 요리를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집 밖 출입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니 그 좋아하는 라면도 한두 끼지 계속 먹을 순 없어 요리를 시작했다. 떠밀리다시피 칼자루를 쥐고 이것저것 사 먹었던 것들을 하나씩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사 먹었던 것이랑 직접 한 맛이 너무 달라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 문제가 심각한 것이 지금 실력으로는 도무지 뭣 때문에 맛이 이 모양인지 알 수가 없다. 장금이처럼 홍 씨 맛이 나서 홍 씨를 알아채는 수준까지 득도하기는 무리구나 싶다. 도무지 맛을 그릴 수가 없다. 어떤 재료가 어떤 맛을 더하고 빼는지, 무엇과 무엇이 섞여 이런 맛을 뿜어내는지 도대체 머릿속에서 조합이 그려지지 않아 애먹는 중이다.

     

서당 개도 풍월을 읊는다고 한두 달 지나면서 실력이 조금 나아졌다. 맛을 낼 줄 아는 수준에는 한참 모자라지만, 인터넷 레시피 흉내는 낼 정도는 됐다. 라면 아니면 냉동식품 데워 먹던 수준에서 벗어난 게 어디냐 싶다. 몇 가지는 제법 맛도 낼 수 있게 된 데는 모두 인터넷과 유튜브 레시피 덕분이다. 애초부터 요리에 대한 근본이 모자라서인지 레시피 흉내 내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식재료는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순서로, 어떻게 칼질하고, 익히고 삶고 지지고 볶는 방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자서는 아직 머릿속으로 그리지는 못한다. 

    

해 버릇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걸 알게 됐다. 딱 보면 알 수 있는 것은 직접 여러 차례 경험도 해보고 해봤기에 아는 것이다. 맛도 내본 사람이 잘 아는 거다. 사 먹기만 해봤으니 직접 해 먹을 때 도무지 맛이 그려지지 않을 수밖에. 서당 개도 삼 년이나 공을 들였으니 그나마 풍월이라도 읊을 수 있었던 거다. 최근 들어 음식 만드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예전보다 심취해서 본다. 나도 보다 보면 서당 개가 될 수 있겠지, 기대하며.

     

선거가 끝났다. 희망도 실망도 공존한다. 음식처럼 정치도 사 먹기만 할 때와 직접 해 먹을 때가 다르다. 음식을 사 먹는 행위가 정치에서는 투표라 생각한다. 음식을 직접 해 먹는 것은 아마도 시민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 투표는 식재료 구매 정도로 아닐까. 신선한 재료인지 썩은 재료인지 구분하는 정도의 참여, 물론 좋은 식재료 선택이 요리에서 가장 중요하다. 정치에서 투표가 그런 것처럼. 좀 더 직접 정치도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만 맛을 낼 수 있다. 장을 잘 봐왔다고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좋은 식재료 고르기가 제일 중요하지만 어떻게 조합하고, 조리하는지에 따라 맛이 결정된다.

      

이제 좋은 식재료 구했으니 잘 섞어서 어울리게 직접 손맛을 낼 때다. 투표했다고 끝이 아니다. 맛 내기는 이제부터다. 직접 요리를 해야 할 때다. 시민들의 정치도 4년에 한 번만 사 먹는데 그치지 말고 4년 동안 제대로 해 먹어보자. 직접 좋은 정치 만들어 먹어보자. 이제 그럴 때 됐다. 이번 선거 결과는 김장하는데 배추만 잔뜩 쌓아둔 셈이다. 그것도 한 종류 배추만. 이제 각종 다양한 양념으로 ‘더불어’ 버무릴 때다. 좋은 배추 골랐으니 맛은 당신들이 알아서 내보라는 듯 뒷짐만 지고 있지 말고 정치, 제대로 맛 내러 두 팔 걷고 나서보자. 좋은 정치, 요리 하러 가자. 요리도 정치도 해 버릇해야 실력이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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