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매수할 돈이 부족할 때 친절하게도 증권사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그리고 빌린 돈으로 주식을 매수하게 되면 증권사는 일정한 담보유지비율을 요구한다. 담보유지비율이란 빌린 돈으로 매수한 주식의 가치가 빌린 돈을 회수 못할 정도로 떨어지는 것(담보가치상실)을 방지하기 위해만든 대출 회수 안전장치를 말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증권사는 담보유지비율 140% 정도( 대출금액*140 < 주식가치) 설정하여 그 이하로 떨어지면 부족한 금액을 채우라고 독촉하게 된다. 만일 담보부족분을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는 강제로 주식을 청산하고 빌려준 자금을 회수한다. 그러다 보니 하락장에서 반대매매가 쓰나미처럼 발생하고 다량의 매도 물량은 시장을 더 깊은 지옥으로 끓고 내려간다. 실로 오금이 저리고 살벌한 자본시장이다.
아파트와 주식의 근본적 차이
보통 아파트를 매수할 때 은행은 개인들에게 아파트를 담보로 만기 10년에서 30년 상환 대출을 판매 제공한다.(최대 LTV 70%) 그렇게 매수한 아파트가 경기침체로 가격이 반토막 났을 때 은행에서는 담보가치가 떨어졌다고 느닷없이(?) 아파트를 청산하고 대출을 회수하지 않는다. 주택은 투자 상품이기 전에 대한미국 민초들의 주거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이 어디까지 폭락하든 대출이자와 원금만 잘 상환한다면 강제로 청산되지 않는다. 물론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만기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고 담보가치 상실 여부와 상관없이 원리금 상환만 문제없다면 대출은 유지가 된다. 하지만 주식담보대출은 국민의 주거 안정과는 별개로 순순한 투자 목적이기 때문에 주식의 담보가치가 상실되면 증권사는 대출을 회수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당연히 대출 만기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주택은 화폐가치 하락만큼 꾸준히 우상향 함을 전제 하기에 만기형 대출거래가 이뤄지는 것이고 주식은 이를 담보하지 못하기에 반대매매로 즉각적인 대출 회수 절차에 들어간다. 이는 주택과 주식의 자산가치 평가에 대한 근본적 차이를 보여준다.(개별주식은 우상향을 전제할 수 없기에 언제든지 담보가치가 훼손되면 청산 후 대출을 회수함) 이로 보건대 반대매매가 없는 주택시장은 주식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투자 처임에 틀림없다.
자발적(?) 반대매매
주식투자에서 반대매매는 증권사의 일방적인 조치다. 그런데 반대매매라는 것이 꼭 증권사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 얼마든지 자발적(?) 반대매매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각자가 인내할 수 없는 여러 상황들이 원치 않는 반대매매를 실행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높은 금리로 대출한 돈은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되고 금리가 높아지는 시기에 주식시장은 하락장 한가운데 있을 확률이 높고 이는 자연스레 큰 손실과 함께 주식을 강제 처분하게 되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 외에도 1~2년 뒤에 돌려줄 전세금, 갑작스레 지출되는 병원비, 가족의 금전적인 어려움, 폭락으로 인한 감정적인 동요, 클릭 한 번으로 매도 가능한 손쉬운 매매 등 수많은 변수들이 장기투자를 원하지만 장기투자가 되지 않는 서글픈현실을 직면하게 한다. 의식주와 기본적인 생계의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투자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매스컴에서 매번 비난하는 인내심 부족은 오랫동안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부자의 타고난 성품이 아니라 구조적인 이유이고 그래서 매번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는 가난한 자는 자책과 비난의 대상이 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