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가 고장 났다면 체중을 여러 번 잰다고 측정 결과가 정확해 지진 않는다.
('주식하는 마음' 중에)
2022년 1월 24일, 14년 만에 유래 없는 2월 하락장을 경험하고 있다. 고점 대비 하락률(MDD)은 15%에 진입했다. 매스컴은 공포와 광기 어린 기사들을 연일 쏟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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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증시 폭락 맞췄던 월가 투자자.. "S&P500 반토막 난다" 경고
판단이 흐려지고 앞이 보이 않는 주린이는 월가 전문가들의 말에 불안을 집어삼킨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 & "유래 없는 바겐세일이다." 우리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 것일까? 내가 매수한 시점 이후로 주가가 오르면 유래 없는 바겐세일이고 내가 매수한 시점 이후로 주가가 떨어지면 칼날에 깊이 손을 베는 것이리라.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 결과를 통해 과정을 정당화시킬 뿐이다.
하락장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걸까?
하락장이 고통만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다. 우리는 하락장이 돼서야 비로소 방법과 횟수의 문제가 아닌 자산의 본질을 생각하게 된다. 측정할 때마다 달라지는 고장 난 체중계가 측정 방법의 문제가 아니 듯 우리가 가진 자산(Equity)에 대해 근본적인 물을 던져 본다. 내가 가진 자산은 인플레를 방어하는 자산인가? 아니면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디플레 자산인가?
마켓타이밍은 존재하는가
강세장에서 마켓타이밍은 특정 시점이 아닌 모든 시점이다. 무엇을 사고팔든 누구에게나 수익을 가져다준다. 그러다 모든 매스컴에서 장기적인 하락을 이야기하고 주변 사람들의 하소연이 장송곡처럼 들릴 때 그동안 수익을 가져다주던 천재적인(?) 방법은 신기하게도 손실을 가져다준다. 하락장에 진입한 것이다. 여러 번의 손실을 겪으며 비로소 결단을 내린다.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와야겠다고. 마켓타이밍을 기다렸다 들어가야겠다고. 그렇게 빠져나온 시장은 마치 내가 나가길 기다렸다는 듯 유유히 상승 모멘텀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를 지켜보다 뒤늦게 달리는 말에 올라 타지만 시장은 다시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는다. 소름 끼치는 포모(FOMO)공포가 스스로를 재기 불능 상태로 만들고 만 것이다. 그렇게 방법의 문제가 아닌 시장 상황이 나의 수익률이고 시장 지수가 나의 미래임을 깨닫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시장이 회복되길 기도하는 것 뿐이다. 우리는 진정 마켓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것인가. 나의 자산은 우리 믿음을 끝까지 지켜줄 것인가.
믿음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KT 주가 그래프 개별주의 피곤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무리 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국제적 이슈와 기업의 가치 변화는 우리의 믿음 따위를 모래성처럼 무너뜨린다. 어떤 개별주가 거래정지와 상장폐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1998년 12월 23일 상장된 KT는 그 당시 가장 핫한 국민주였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시장 전체를 따라가는 투자만이 신용의 위험(상폐여부)과 시장의 위험(폭락여부)을 모두 헷지 할 수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에 투자하는 것이 우리의 나약한 믿음을 지켜낼 수 있게 할 뿐이다. 지수 자체를 매입하여 개별주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하락장에도 여유롭게 바겐세일을 즐기면 된다. 미국이 망한다? 그렇다면 모든 개별주는 이미 지옥에 떨어져 있을 것이니 안심하라.
인덱스 펀드를 통해 주시시장 전체를 소유하라.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마라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