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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씨 Aug 02. 2022

2. -76% 인버스를 손절하다.


인버스 실현손익

2021년 3월 30일(KOSPI 3070 포인트) 모두가 돈 복사로 환호성을 지를 때, 난 지난 1년간 꾸준히도 매수해 온 인버스를 모두 정리다. KODEX 200 선물 인버스 2X를  9015원(2020년 4월 2일 코스피는 1685포인트)에 사서  2110원에 매도.  평가손익은 -76.60%  인내심을 갖고 버틴 나의 주식 성적표다. 코스피는 지난 10년간 박스권이었기에 다시금 2000포인트로 돌아올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기존에 매수했던  레버리지를 신나게 매도하면서 반대 포지션으로 인버스를  매수해 '올라도 먹고 내려도 먹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지만 주가는 예상과 다르게 끊임없이 신고가(all time high)를 돌파했다. 이건 뭐지? 소름이 온몸을 휘감았다. 주말이면 산을 오르내리며 몇 번의 다짐을 하곤 했다. 버텨내리라! 인내하리라! 하지만 몇 발을 내딛고 나면 이내 깊은 한숨이 나왔다. 각오와 다짐이 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가격이 떨어져서 절망하는 게 아니다.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할 거라는 공포가 사람을 절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2400포인트, 2700포인트, 3000포인트 지수의 변곡점마다 몇 번의 손절과 매수를 반복했다. 더 올라갈 까 봐 두려워 손절을 했고 조만간 조정장이 오겠지 하는 심정으로 재매수를 했다. 2600포인트 이상 올라가는 게 쉽지 않을 거라 믿었다. 2018년 1월 29일 전고점 2607포인트였으므로 코로나로 모든 게 락다운(LOCKDOWN)된 상황에서 주가가 오를리 만무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뒤로 코스피는 2021년 6월 21일 3316 포인트까지 진격에 진격을 거듭했다. 코로나가 종식되지도 않았는데 주가는 현실과 정 반대로 움직였다. 주식시장이 미친 건지 내가 미친 건지.. 손실이 끊임없이 커지는 것을 지켜보는 게 고통이었다. 그리고 인버스를 모두 정리했다. 닥칠 불행을 알면서 가만히 두고 볼 사람이 어디 있겠나. 비로소 마음에 평화가 왔다. 이미 스스로를 한참 파멸시킨 뒤에 말이다.



코스피는 박스피? 그럼 희망이 없지 않은가

우상향 하지 않는 자산, 우상향 하지 않는 국가는 투자로써 가치가 있을까? 인버스를 사지 않고 레버리지만 매수한다 하더라도 일정 범위 내에서 상승과 하락이 반복된다면 KODEX 레버리지가 내가 원하는 순간에 탈출(EXIT)이 가능할 것인가? 결국 오르면서 이익을 봤던 것들이 고스란히 반대 포지션(인버스)으로 물리는 상황이 되고 마는 것을. 출구가 없는 투자 자산은 의미가 있을까? 내가 원하는 순간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산이 무슨 놈의 자산인가! 그냥 돌덩어리 일 뿐.


사람들이 빌라 투자보다 아파트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도 결국 원하는 순간 탈출 가능 여부가 핵심이다. 우리가 부동산 투자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번 이유도 매수 이후 가격이 올라 처음 가격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 물론 유동성 측면서 부동산은 주식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부동산을 한 번 매입하는 것도 어렵고 매도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면 주식의 가장 큰 장점인 '언제든지 시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투자 방식(양매수)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그렇다면 주식투자를 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인버스를 손절한 이유
코스피 지수

주가가 3000포인트를 넘어서자 이 기세가 ... 것만 같았다. 그래서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10만 전자를 외치지 않았던가.(실제로 코스피는 3316포인트까지 올라감) 처음 샀던 인버스 저점(코스피 1685포인트)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가 엄습해 왔다. 그리고 난 절망했다. 누군가 그랬다. 지옥문으로 들어가는 푯말에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고. "지금부터 모든 희망을 버려라" 그렇게 난 지옥을 경험했다. 모든 희망을 버린 채.


그동안 레버리지를 통해 얻은 이익은 사실 제 살을 깎아먹는 행동이었다. 레버리지로 수익을 내도 결국 반대 포지션 인버스가 고스란히 물려 있는 상태인데 결정적인 순간에 손실 없이 시장을 빠져나올  있을까? 그동안 나는 돈을 벌고 있었것일까? 물론 양매수론자들은 다시 폭락장이 올 것이기에 걱정할 게 없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처럼 계속해서 우상향 한다면 내가 매수해 왔던 인버스는 어떻게 되겠는가.  항상 그렇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어떠한 미래가 펼쳐진다 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지속 가능한 교육처럼 지속 가능한 투자 말이다.



지속 가능한 투자를 생각하다.

장기적인 하락으로 전고점 회복에 대한 불투명을 제거하고 평생 지속 가능한 투자 방법은 없는 걸까? 어떤 상황에서도 불안해하지 않고 20년 30년 끝까지 살아남는 투자 말이다. 조정장에도 마음 편하게 추가 매수를 하고 평단을 낮출 수 있는 자산은 사실 지수 추종 ETF 말고는 없어 보인다. 개별주는 조정장에 공포가 상상을 초월한다. 아무리 미래가 총망되는 기업 일지라도 계속해서 떨어지는 주가를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강심장은 없다. 우리의 믿음은 한낫 바람 앞에 촛불임을 깨닫게 된다. 아니 처음부터 믿음 따위는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페이팔 주가

페이스북이 하루 만에 고점 대비 26%를 하락했다. 메타버스 수익모델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성장에 대한 불투명으로 주주들의 믿음을 저버렸다. 넷플렉스는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다. 페이팔은 2년 전 가격인 2020년 3월 저점으로 돌아왔다. 인버스로 인한 큰 손실은 시장을 예측하지 말라던 스스로에게 칼날이 되어 돌아왔다. 시장을 예측할 수 없어서 양쪽을 모두 헷지 하는 전략은 결국 우상향이라는 시장 앞에 무용지물일 뿐이다.

 



나의 판단은 틀렸을까?

2021년 6월 3316포인트까지 거침없이 진격하던 코스피는 공포 속에 손절한 나를 비웃는 듯 2677포인트를 가리키고 있다. 이러다 2000포인트까지 내려가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난 인버스를 사지 않는다.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옥을 경험한 나는 이를 확실히 알고 있다.


요즘 들어 주변에서 인버스 매수를 시작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나 역시 그것의 강렬한 유혹을 안다. 누가 봐도 하락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를 의심한다는 게 바보 같아 보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 금리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통제불능 등 수많은 악재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악재를 호재로 받아들이는 것도 한 순간이라는 것을.. 같은 장면을 다르게 해석하는 우리들의 본성은 언제나 갈대와 같다. 주식시장도 사람들의 심리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우린 그저 자본주의 시스템과 인플레이션에 배팅할 뿐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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