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계란 우주를 일컫는다. 계의 바깥 세계는 내부의 세계와 에너지 및 물질 교환이 수시로 일어나며 내부의 총량은 끊임없이 변한다. 내부의 변화는 외부의 개입(에너지 또는 물질)이 반복되는 예측불가의 세상이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일보다 바꿀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어쩌면 우리 삶은 대부분 열린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닫힌계는 외부와 에너지 교환은 있으나 물질 교환이 일어나지 않는다. 내부 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으므로 물질 총량 불변의 법칙이다.(하지만 에너지의 총량은 변한다. 그것이 매번 떠들어 대는 '온 우주가 우리를 도와준다'는 염력(?) 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지구 상에서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일들 또한 가득하다. 우린 열린계와 닫힌계가 뒤섞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난 열린계 속에서 닫힌계 임을 착각할 때가 있고(온전히 노력으로 모든 걸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닫힌계 안에서 열린계로 오해를 하기도 한다.(모든 게 운이라는 자포자기 심정)
계(system)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일
인간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일에 절대 긍정한다.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긍정적인 행동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일들이 그렇지 않은 일보다 압도적으로 높을 때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조건 절대 긍정만 한다면 절대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걸까? 주식 시장은 노력만으로 바꿀 수 있는 닫힌계일까? 아니면 노력보다 외부의 개입의 정도가 압도적인 열린계 일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기업의 상장폐지, CEO 리스크 등 생각지 못한 외부의 개입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절대 긍정이라는 자신에 대한 믿음은 스스로를 시험에 들게 만든다. 부정적인 뉴스와 자칭 전문가들의 신앙과 같은 고백은 철벽 같던 나의 믿음을 균열로 시름하게 한다. 스스로를 구원자라 믿고 숭고하게 매수했던 인생역전 주식은 인생폭망 주식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주식 시장에서 죽어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장의 상승을 절대 긍정했던 사람이라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절대 부정하는 사람이 살아남는 곳
주식시장의 폭락은 많은 사람들을 공포로 밀어 넣는다. 지나고 보면 주가가 회복됐다고들 하지만 아쉽게도 박스권에서 25년을 횡보했던 오금 저린 시간이 존재한다. 우상향 한다는 믿음만으로 버티기에는 유한한 우리 삶은 무척이나 덧없다. 모두가 절망 속에 몸부림을 칠 때 큰 손실과 함께 다행히도(?) 빠져나온 이들은 마치 주식 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처럼 기억의 파편을 조각조각 해체시킨다. 그들이 절망한 것은 속절없이 하락한 주가가 아니라 올랐다 내렸다를 수없이 반복하는 지리멸렬한 시장 조울증 때문이었으리라. 어쩌면 주식시장은 절대 부정하는 사람들이 살아남는 유일한 곳 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