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아래서 #1
정말 날 것 그대로 '야! 일단 써. 그리고 올려!'라며 나에게 분노하며 탄산수를 마시다가 급 식탁에 앉아 맥북을 열어 글을 적는 오늘.
위에 저 첫 줄에도 얼마나 많은 'Delete'키가 담겨있는지 알게 된다면 놀랄 것이다. 그렇다.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이다. 개인적으로 요즘 이 단어는 나에게 큰 위안이 된다. 어릴 때 '우리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하지 않아서..'라는 말 같아서 말이다. 다만, 공부는 안 하면서 머리는 좋았다며 으스대는 레퍼토리와 같이 남는 것은 없다. 심지어 공허하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무턱대고 이 기록을 발행까지 하고자 한다. 꼭.
멋진 말이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남의 언어를 빌려 나를 포장하기보다는 가장 솔직한 감정을 남기고 싶다. 글을 읽는 분들 중 누군가는 공감하겠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말이다.
스타트업을 시작한 지 6개월. 엄밀히 말해, 사이드 프로젝트 기간 포함 약 2년이 지났다. Passion Economy를 선도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자아실현까지 한다는 큰 포부를 품고 시작한 '첫 번째' 프로젝트는 3번의 피보팅(pivoting) 후 장렬하게 전사하였다.
아니, 그냥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도망치듯 정리했다.
첫 번째를 강조한 이유. 나에게 그 프로젝트는 시작이면서 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지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다시 시도한다는 스타트업 loop 속 워밍업 같은 'One of them'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영원할 것만 같은 '첫사랑', 그런 존재였다. (지금 돌아보면 첫 번째가 마지막이었던 적은 인생에서 없던 것 같다. 후... 그걸 지금 깨닫다니. 아니다. 결혼은 처음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틀림없다. )
모든 이별이 아름답지 않지만, 그 안에서 배움이 있듯이. 약 N억이란 비용이 지출된 실패에서 값비싼 배움은 있었다.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아이템은 내 모든 것과 같았던 첫 프로젝트에서의 미진했던 것들은 보완하고, 조금 더 능숙하게 전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마음도 덜 주고. 운이 따라주기를 바라면서.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면서 '아... 나도 그랬었지.' 혹은 '나도 지금 그런데..'라는 공감을 해주셨다면 100점을 넘겼다. 임시저장 글을 몇 개씩 담아두며 '맞춤법 검사기'만 신나게 돌리고, 첫 줄만 열심히 고치기 급급한, 레퍼런스만 읽고 내 언어로 표현조차 못하는 게으른 내가 발행하는 것만으로 이 글은 오늘 나에게 '작은 성공', '만점'이다.
많이 부족하지만 매주 최소 1개의 글을 기록하고, 발행하고자 한다. 때론 이런 푸념부터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온전한 나의 경험담, 좋은 팁이나 글을 공유하며 말이다.
스타트업을 하며 인생을 배우는 것 같다. 앗...! 이런 오글거리는 말을 쓰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또 멋져 보이고 싶은 나 자신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 같다. 이만 줄여야겠다.
p.s: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라이킷(하트)' 부탁드린다. 진심으로 당신의 앞날이 잘되길 마음을 담아 응원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