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유투버 임만배는 우연히도 만우절날 죽었다. 길에서 구조한 고양이 나비가 알고 보니 천재묘였다는 콘셉트로 ‘욕쟁이 냥이’ 채널을 운영한 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최근에 올린 나비의 동영상이 해외에서 1억 뷰를 찍으며 떡상하는 것을 자축하던 중 그만 가래떡이 목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유족들은 거짓말 같은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자마자 이 황금알을 낳는 고양이가 과연 누구에게 상속될 것인가 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관심을 쏟게 되었다.
임만배와 이혼한 전처 전국희 사이에 자식이 없었으므로 결국 상속순위에 따라 그의 사촌동생이 행운의 주인공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급거 귀국한 전국희가 이혼 전 재산분할 협의서에 명시된 나비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이를 원천 무효화 시켜버렸다. 또한 과거 임만배가 나비를 구조했다는 스토리는 구독자수를 늘리기 위한 주작이었다는 사실도 언론에 폭로되었다. 연일 충격적인 사실이 인구에 회자되면서 일부에서는 반려동물을 마치 부동산처럼 소유하고 상속하는 작금의 세태를 개탄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파산한 사업가와 이혼재판 중인 여배우 여신혜가 그런 부류 중 한 명이었다. 변호사 말로는 소유권 측면에서 접근하면 부부의 애완견 지나는 분양 당시 계약자였던 그녀의 남편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지나는 딸과 다름없었다. 세상 하나뿐인 제 자식을 지키기 위한 엄마의 일념으로 지나의 양육권 소송을 제기하였다. 가정법원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반려동물에 대한 양육권이 인정되었다. 이미 이례적인 판결로 논란이 많았던 해당 판사는 일반인의 양육권과 마찬가지로 지나 또한 양육권자의 경제력을 판단한 결과 아빠보다는 엄마 여신혜에게 양육권을 부여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헌재의 간통죄 위헌 결정과 더불어 단군 이래 최대의 이슈가 되었다. 보수적 성향의 법조계와 종교계는 성균관에 모여 반대 집회를 이어갔고 동물보호단체를 필두로 사회운동가와 수의사 연합회는 지지 성명을 발표하였다. 야당은 펫팸족 인구가 이천만 명에 육박하자 이들의 표를 의식해 민법상 권리주체의 범위를 태아 이외 반려동물로 확대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그 결과 반려동물의 유치원 의무교육이 실시되는 한편, 개와 고양이에 대한 주민세가 부과되었고 병역의무로서 대형견에게는 군견징집제도가 도입되었다. 급격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의 요구가 봇물 터지듯이 한꺼번에 쏟아지게 되었다.
사회 곳곳에서 연출된 코미디 같은 상황의 정점은 대통령 탄핵이었다. 영부인의 치와와가 같은 유치원의 레트리버를 지속적으로 따돌리고 괴롭힌 학폭사건이 드러난 것이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대통령실 동물수석이 학폭위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청문회 결과 밝혀지자, 정권의 부패문제로 확산되어 전국의 학부모를 중심으로 정권퇴진 운동이 들풀처럼 일어났다.
“비록 시작은 미비하였으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침내 세상을 변혁시킨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새 정부의 동물가족부 장관은 동물의 날 기념식에서 동물운동의 마중물 역할을 한 나비에게 추도사를 바쳤다. 단상 뒤로는 과거 떡상했던 나비의 유튜브 자료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나비가 임만배에게 퍽~큐를 날리며 하악질 하는 영상이었다.
잠시 후 화면 속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한 나비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고 말았다.
젠장, 이 모든 게 일장춘몽이었다니, 어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