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신웅 Apr 24. 2023

이쯤 되면 살아갈 만하다


요즘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완벽주의라 그런지, 내 인생에 불만인 것 같다. 그런데 차분히 생각해 보면, 지금 내 삶은 살아갈 만하다.
 
하고 싶은 연애가 잘되지 않아 그렇지, 딱히 나쁘지 않다. 뭐 난 혼자서 지내는 것도 즐기는 편이라 굳이 누군가와 만날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는다. 지금 봄이니 공원을 다녀도 젊은 연인이 많이 보이기에, 내 마음도 싱숭생숭해져서 그럴 것이다.
 
난 이제 인생에서 두려워하는 것도 별로 없다. 이런 마음이니 자유가 내게 크게 주어지는 것 같다. 내가 성공의 기준으로 정의하는 것이 ‘자유의 크기’인데,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난 성공한 사람이다.
 
우리가 인생을 힘들어하는 대표적인 이유가 남이 출제한 문제를 풀려고 해서다. 즉 세상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시 되뇌어봐야 하는 주제다. 인생의 문제를 자신이 직접 출제하라. 그리고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새로운 차원으로 옮겨가자.
 
노래를 듣고 싶으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되고, 걷고 싶으면 좋은 공원을 산책하면 된다. 독서하고 싶으면 좋은 책을 읽으면 되고, 영화 또한 좋아하는 영화를 감상하면 된다. 내 인생에 즐거운 일은 가득하고, 이걸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 내 삶을 형성할 것이다.
 
오늘 마음이 답답해서 상담가 선생님께 상담받으러 갔는데, 선생님께 하나씩 차분히 내 마음을 털어놓으니 정리가 된 듯했다. 지금 쓰는 글 내용은 상담받고 나오면서 생각해 본 주제들이다.
 
최근에 심리철학을 연구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심리는 내가 가장 체험을 많이 한 주제라서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철학은 홀로 있기를 좋아하는 내가 생각을 정리해서 풀어놓으면 된다. 앞으로 이것을 취미 삼아 활동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즐기는 나의 강점이 될 것이다.
 
난 요즘도 15년 전의 일을 되새기는 버릇이 있는데, 이젠 이런 마음도 놓아주려 한다. 그때를 생각하면 내 인생이 다르게 펼쳐지지 않았을까 하는, 만약의 마음을 품게 된다. 이제 이러한 미련을 갖지 않으려 한다.
 
상담가 선생님과도 이야기 나눠 본 것인데, 모든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 고충을 겪으며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자신만 삶이 힘들고, 자기의 가족과 집단만 고통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은 왜곡된 시각이고, 인생은 원래 고통으로 이뤄져 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이제 성숙한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이것이 아이와 어른을 가르는 경계이다. 아이는 수동적이고 세상으로부터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어른은 능동적이고 세상에 자기가 대응하면 된다고 여긴다. 이 차이가 인생을 풍성하게 만드는 기준이 된다.
 
난 이제 이쯤 되어서 내 인생을 그런대로 만족하기로 했다. 나이도 마흔네 살인데, 아이처럼 계속 칭얼대고 있을 수는 없다. 현명한 사람들은 인생을 투사라 했다. 즉 자기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이, 자기 뜻대로 살아가면 된다.
 
예전의 난 고집이 너무 강해서, 세상을 극단적으로 바라보고 결정하고는 했다. 꼭 이쪽으로 선택하면, 저쪽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있겠지만 될 수 있으면 모순되는 둘을 포용하고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것은 다르게 말하면 마음의 여유인데, 나도 이제 내면에 평화가 깃드는가 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나도 잘 바뀌지 않는 나쁜 습관이 있다. 올해는 이것을 많이 말고, 한두 가지씩만 변화를 주려 한다. 사람은 변화하지 않는 존재이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몇 가지만 선택해서 좋은 습관을 만들면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용서는 참으로 힘든 일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