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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매니저 Jun 06. 2024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악플/비난에 상처받지 않는 이유

내가 허락한 영역 안에서 까분다고 생각해서요

불의를 보고 눈 감으면 답답해져서 해야 할 말은 해버리는 성향이라 많이 욕을 먹습니다.

가령 미투했다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이후 이 사실을 공론화했더니

신문기사 댓글로 저를 향한 500개의 악플을 받은 적도 있고.

요즘은 트위터에서 한 소리 했다가 인용으로 두들겨 맞은 적도 많습니다 ㅋㅋㅋ


이것 때문에 제가 뭇 사람들한테 악플받는 걸 걱정하는 사람들이

왜 굳이 사서 어그로를 끌어서 고생을 겪냐, 굳이 소신발언 하고 살지 마라.

피곤하지 않냐며 충고를 하시기도 하는데...


괜찮아요. 말했다시피 전 침묵할 때 느끼는 답답함이

하고 싶은 말을 해서 비난받는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워서.

저에게 덜 고통스러운 길을 택한 거라서요.


저에게 소신을 밝힐 자유가 있듯이,

제 소신을 보고 반감을 갖는 것 역시 그 분들의 자유라고 생각해서.

그리고 소신 발언 이후 반감 갖는 사람들과의 논쟁이 아프지만은 않습니다.


각자의 소신을 내세워서 진검승부하는 결투 자리는 나름 짜릿하고 재미있습니다.

건강한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제 신념에 반감이 생겨서 저를 싫어하게 된 사람들이 절 공격하는 건...

별로 아프지 않습니다.


가령 위의 미투 공론화 사례 이후 반 페미니스트들이 몰려와서 제게 마구 악플을 썼는데,

이게 구체적인 대상인 저를 향한 게 아니라 그들 머리 속에 있는 추상적인 관념인 페미니스트들을 깐 느낌이라...

저에게 실질적으로 주먹을 꽂은 느낌이 아니라서요.

그냥 저만 응시하고 계속 쉐도우복싱을 하시니까 타격감을 전혀 못 느꼈습니다.




사실 제가 상처받는 상황은 좀 다릅니다.


심상으로 비교해보겠습니다.

제 집에 문을 열어놓고 정원 한 켠에 공간을 마련해놓고

이 테두리 안에서는 마음대로 와서 놀아도 좋다. 뭘 하든 당신의 자유이다.

이렇게 선언한거죠?


놀다보면 저에게 반감이 생긴 사람들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저를 공격한다고 제 그림을 그려서 거기다 대고 마구 주먹질을 하고 바늘로 찔러요.

근데 ㅋㅋㅋ 그 그림이 저랑 닮기라도 하면 최소한 등골 오싹함이라도 느낄텐데...

그 분들이 그린 그림은 저랑 닮은 구석도 없네요.

그냥 평소 마음에 안 들었던 세력의 이미지를 죄다 갖다붙여서 거기다가 제 이름을 붙인 수준이라...

그냥 귀엽기만 해요 ㅋㅋㅋ


이런 분들의 공격이 아프지 않은 이유는, 바로 저를 싫어하시기 때문입니다.

제가 마음에 안 드니 아예 제 영역을 파고 들 생각조차 없으니까요.

그런 분들의 공격은 저에겐 정말 안전합니다.




저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오히려 저에게 관심이나 호감이 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관심과 호감을 예의라는 적절한 절차로 전송 못하는 사람들이요.


제 프리 존에서 와서 놀다가 저에게 호기심이 생긴 사람들이 있어요.

예의 있는 사람들이면 '집주인님, 혹시 다른 곳도 둘러봐도 될까요?' 이렇게 부탁을 해요.


근데 저에게 상처가 된 사람들은...

이런 말도 없이 갑자기 제 집 거실에 불쑥 발을 들여놓는 케이스예요.

그리고 집주인 허락도 없이 물건들을 마구 만져요.

그러다가 제 물건을 깨트리기도 하고.



제일 골때리는 케이스는...

내 집 안에서 진품명품 쇼 열어달라는 부탁도 안 했는데

자기 혼자 평론가 빙의해서 내 집에 내 소장품이 어떻느니,

집의 규모에 비해서 이 소장품이 너무 격조 떨어진다느니,  

이것보다 더 수준 높은 그림을 걸어놓으면 집의 인테리어가 더 살 거 같다느니

요청하지도 않은 품평을 해요.


차라리 악의라도 있는 사람이면 한 대 때리고 내쫒으면 되는데,  

본인 딴에는 저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선의로 이러니까 더 상처받아요.


여기서 궁극적인 빌런은

집주인 입장에서 짜증나서 내쫓으면

"그러니까 누가 여기다가 네 집을 지어놓으랬냐?

니가 이 집을 지어놓고 개방했으니 막 들어오는 건 내 자유 아니냐?"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가장 싫어합니다.

차라리 절 싫어해서 프리 존에서 저를 공격한답시고 쉐도우복싱하는 사람들이 더 좋아요.

저에게 별 호기심이 없어서 제 영역을 아예 처음부터 안 건드리니까요.


이런 과정을 오래도록 지켜봐왔던 친구들이 말하죠.

아예 처음부터 집을 개방하지 않으면 안 되냐,

당신은 자기 영역이 침범당하는 것에 그렇게 스트레스받고 예민해 하는 사람인데

왜 집을 개방해서 이런 불청객들을 불러내냐.


아예 외부에서 집을 흘끔흘끔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없게,

집의 모든 창문을 폐쇄하고 월 마리아 급의 철통같은 벽을 세우고 살면 안 되냐.



아, 그건 제가 원하지 않는 해결책입니다.

물론 내 영역을 전부 닫아버리면 불청객이 원천 차단되겠지만,

대신 저 자신도 환기도 잘 안되고 햇볕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공간에 갇히니까요.


이런 식으로 자기폐쇄를 한 후 아집과 오만만 지나치게 비대해져버린 사람들...

제가 절대 되고 싶지 않은 인간상입니다!


또 찾아올 불청객들이 걱정될지언정

저는 햇볕도 바람도 잘 드는 개방감 있는 공간에서

따사로운 햇살과 꽃향기를 만끽하며 전인적 성장을 이뤄내고 싶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랑할 대상을 찾기도 쉽지 않아요.

저는 제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거든요.


이 집을 계속 가꿔나가다보니,

최소한 '들어와도 될까요?'라는 말이라도 하는 사람조차 희귀해서요.

하도 불청객들에게 당해서, 남의 집에 방문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운 사람을 좋게 봤었죠.


그런데 불청객이 아닐 것 같아서 안도감을 느끼고 좋아했던 사람은.

애초부터 내 집에 찾아올 생각도 없는 사람.

자기 집 모든 창문을 꽁꽁 닫아놓고 철옹성을 높게 세우고 어둡고 퀴퀴한 집에서 사는 사람.

뭐 이렇게 극단적이여???




+또한 정말 일생에 하나밖에 없던 True Love는 이런 케이스고요.


불청객이었어요. 제가 오라는 말도 안했는데,

갑자기 내 집에 불쑥 들어와서는 내 집 거실, 내 서재, 내 복도를 마구 휘저어요.

가끔 제 공간을 어지럽히고 벽에 스크래치를 내고 말썽을 부렸어요.

너무 화가 나서 이 불청객 멱살을 잡고 내동댕이치고 다신 내 집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호통을 치려고 봤더니...



강아지였어요. 아주 새하얗고 몽실몽실한 털을 가진. 올망올망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아... 그래...강아지면 그럴 수도 있지.... 그냥 지레 포기했어요. 너 알아서 해라.


근데 그 강아지가 제 집을 휘젓고 다니는 사이...

어느 순간부터 그 강아지 없이는 제가 살지 못하겠는거예요.

내 방 안에서 눈 감고 쉬려면 그 강아지가 뛰노는 모습이 생각나고.

그 강아지가 새까만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자꾸 떠오르고...  


그런데 그 강아지가 계속 내 집에서 말썽을 부리니까,

그게 누적되고 피곤해서 강아지에게 짜증을 부리고

"재롱이 너 싫어! 다신 내 집에 오지마!"

이러면서 내쫓았어요.


며칠 쯤 지나서 못 이긴 척 다시 슬쩍 문을 열어주며

강아지가 내 집에 다시 불쑥 들어오길 기다렸는데.

강아지도 그 때 저의 냉한 태도에 마음이 다친거죠.

멀리멀리 떠난거죠.

다시는... 제 집에 들어오지 않아요.


이제 저는 그 강아지밖에 그리워하지 않죠.

아무리 제 집에 다른 사람들이 찾아와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봐도

그 때 그 강아지와 비슷하기라도 한 존재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죠.

마음속에 그 강아지가 가득한 상태에서, 다른 누구도 보이지 않아요.


가끔 다른 불청객이 또 들어오려고 하면.

'아, 예. 선생님, 제가 좀 피곤하니 다음에 방문해 주십시오.'

이러면서 정중히 돌려보내고 문을 잠그죠.  



제가 설채현 선생님 급 프로였다면

자꾸 말썽부리는 강아지를 잘 다독이고 적절하게 타이를 수 있었을텐데요.

열아홉 살에서 막 스무살이 된 저도 어렸고,

소통에도 익숙하지 못해서 이런 방법밖에 못 썼네요.


지금까지 말한 이게 내가 연애 안하는 이유.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의 감정을 못 느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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