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마실 Mar 01. 2019

다시, 스웨덴

비자 문제로 인한 추방부터 다시 돌아오기까지

마지막 포스팅을 올리고 난 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계속 글을 쓰고 싶다가도 스웨덴을 생각하면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 생각나고 걱정이 앞서서 다른 일을 하고 이게 반복되다 보니 지금이 되었다. 난 지금 스웨덴에 있지만 2018년 9월 17일부터 약 3달간 한국에 있었고, 그 이유는 바로 스웨덴 이민청에서 날 추방했기 때문이다. 



비자 문제와 이민청의 위법 행위

2018년 9월 10일 한참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인턴) 이민청에서 한통의 메일이 왔다. 얼마 전 (2018년 8월 28일) 내 담당 변호사에게 나의 새로운 비자 발급을 위해서 위임장과 비자 신청서를 보냈던 터라 이민청이 나한테 보낼 것이 없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을 땐 이민청에서 나를 추방하기로 결정했으니 2018년 9월 17일까지 스웨덴을 나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경우 거주허가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비자를 신청한 상태였고, 이런 경우라면 스웨덴에서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 복잡해진 비자 문제

우선 나의 비자 문제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자면 2017년 9월 28일에 나의 학생 비자 연장을 이민청 측에서 경제적인 능력이 의심이 된다는 이유로 '거절'을 했고, 나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다. 당연히 경제적인 능력이 있었던 나는 이의를 신청했고 신청하고 이민청이 나의 이의 제기 메일을 받은 지 불과 반나절 만에 거절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화를 통해 확인). 이렇게 이민청에서 나의 이의제기를 거절하게 되면 이 건은 이민청의 상위 기관인 Migration Court로 가게 되고 보통 여기에서 9개월에서 12개월이 걸리게 된다고 한다. 나의 경우 웁살라 대학교에서의 교육이 2018년 6월 중순에 끝날 예정이었고, 내가 경제적인 문제없이 웁살라 대학교에서의 공부를 끝내게 되면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나의 경제적 안정성을 증명하는 여러 자료들을 다달이 법원에 보내고 해외여행을 모두 포기하고 (*비자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다른 비자를 신청하면 스웨덴에 거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간에 스웨덴에서 나가게 되면 신청한 비자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스웨덴에 재입국하기가 어렵다. 덴마크도 못간다!!) 결정을 기다렸다. 


이민청은 대부분의 석사 학생들이 공부를 끝내는 2018년 6월 30일에 결정 거절 통보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난 2018년 6월 17일에 논문 최종 통과를 통지받았고 등록금이나 거주 비용 등 경제적인 부분도 이미 모두 해결한 상태였다. 즉, 이민청이 이야기하는 학생으로서 머물기 위해 가져야 하는 '경제적인 안정성'은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난 통장 잔고를 보여가며 이점을 계속 어필해 왔는데, 이민청 법원은 이점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절을 한 것이다.


그 당시 나는 논문과 병행하면서 시작한 직업 스웨덴어 트레이닝 프로그램 (Korta Vägen, 스웨덴어 집중 트레이닝 3개월 + (직접 찾아야 하는) 인턴십 3개월)을 하고 있었고 이미 원하는 회사에서의 인턴십이 확정된 상태였다. 말 그대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무런 문제 없이 졸업했고, 스웨덴 회사에서의 인턴십도 확정된 상태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란 생각도 들었고 이민청은 Non-EU students 자체를 그냥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의 목적은 스웨덴에서 취업을 하는 것이므로 이 시점에선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이민청 법원을 받아들이고 한국으로 가서 다른 비자를 받아 오거나,  돈이 들더라도 변호사를 사서 결정에 항의함과 동시에 다른 비자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난 후자를 선택했고 나랑 똑같은 문제가 있었던 미국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변호사를 샀다. 이런 와중에도 스웨덴어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계속해갔고 결국 인턴십도 시작해서 일이 막 익숙해질 참이었다.


- 추방 기한 1주일 전 통보

2018년 9월 10일. 이민청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추방 명령을 받았다. 9월 17일까지 스웨덴을 떠나라는 것이었다.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이미 8월 말 - 9월 초에 새로운 비자를 신청한 상태였고 (변호사 고용) 그전까지 이민청으로부터 받은 결정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자기들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고, 추방 명령을 멈춰달라고 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내가 비자를 신청하기 전인 8월 20일 날 이민청에서 추방 결정을 하고 3주 후인 9월 10일 날 알린 것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건 위법이었다 (변호사 지인을 통해 확인). 보통 3-4주의 기한을 주고 추방을 해야 하는 건데 난 겨우 1주일의 기한만 받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난 힘이 없는 비유럽 시민이고, 나중에라도 스웨덴에서 살고 싶다면 이민청의 명령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민청의 명령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 결국 인턴십은 *감사하게도* 내가 스웨덴에 다시 입국하고 나서 다시 하기로 하고 한국으로 떠났다.



기다림, 도움, 그리고 다시 스웨덴

난 2018년 9월 17일에 한국에 도착해서 2018년 12월 21일 스웨덴으로 다시 돌아갔다. 스웨덴에서의 추방 명령은 하면 최소 90일 이상 그 나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의미하기에 그 기간 동안 나는 다른 비자를 신청하고 기다리면서 한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힘든 시간이었다. 난 내가 인턴십을 하던 곳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내가 배우고 싶었던 스킬을 배웠다. 1년 이상 스웨덴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 번호가 있어서 한국에서 스웨덴어를 계속해서 지금은 스웨덴어 고등학교 과정을 시작한다 (Svenska Som andraspråk 1, gymnasienivå). 한국에서 가족과 같이 지내며 맛있는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사실 한국에 있는 내내 불안했다. 이미 비자 신청을 여러 번 거절당한 이력이 있기에 비자 관련된 일은 시작하기 전부터 계속 긴장했고, 여태까지 이민청의 행동을 봤을 때 추방당하자마자 비자를 신청한 나를 결코 좋게 볼리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에 관련된 것만 보면 복잡한 감정이 들었고 스웨덴어를 계속하는 것도 짜증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스웨덴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스웨덴 사람들, 그리고 스웨덴과 관련된 사람들 때문이었다. 


내가 수강했던 직업 스웨덴어 프로그램에선 변호사, 이민청 결정문, 그리고 취업에 관련해 나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고 (자세히 말할 순 없다), 인턴십 회사에선 내가 한국에 있을 동안에 할 수 있는 일을 주고 비자 프로세스에도 도움을 줬다. 물론, 스웨덴에 내 연인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컸지만, 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또 주려고 하는 스웨덴 사람들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고 이들을 보면서 더욱 스웨덴어 공부에 박차를 (?) 가할 수 있었다. 


현재 난 다른 비자로 스웨덴에 와있다 *동거 비자 아님*. 인턴십은 약 2주 후면 끝이 나므로 일도 찾고 인터뷰도 하고 있다. 당분간은 비자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기한이 긴 비자를 받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아직까진 내가 이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스웨덴을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시기는 지났고, 진정으로 이민자가 된 느낌이다. 많이 밟혀서 잡초처럼 강해진 느낌이 든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내가 스웨덴에서 살 길 원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포스팅을 하며 내가 스웨덴의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끼고, 또 어떤 점에서 실망을 하는지 쓸 계획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