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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la Sep 28. 2022

2022.09.27

별이 된 공간이의 평안을 기도하며.

공간이가 많이 아팠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한 달 전 검사 수치와는 완전 딴판인 결과가 나왔고, 입원을 시켰고, 겁이 많아서 강아지만 봐도 침을 질질 흘리는 애가 병원에서 얼마나 무서울까 걱정하며 퇴원만 기다리다 아이가 집에 온지 4일만에 고양이별로 떠났어요. 그 작은 몸을 스스로 가누지도 못하는 아이를 보면서, 의사 선생님도, 나도 더 이상 해 줄 수 있는게 없다는 무력감에 많이 울었습니다.


장례를 치르고나니,힘들어하던 마지막 며칠만 자꾸 생각이 나요. 깔끔하고 자존심이 센 아이라 계속해서 새는 변과 피가 싫을 거 같아 엉덩이를 닦아주고, 후후 불어주고, 괜찮다 다독여주고, 세상에 있는 내 몫의 운이 있다면 어떻게든 아이에게 주고 싶어 조금이라도 더 착하게 굴려 노력하고, 세상의 좋은 말을 다 찾아 아이에게 들려줘도 부족했던 길고도 짧은 시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줄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마지막까지 많이 아파하다 가서 그게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온 몸의 장기가 땡땡하게 묶여있는 것 같고, 비애와 애도가 사나워 질 때는 숨을 길게 쉬며 함께여서 좋았던 것들을 떠올려봅니다. 햇볕이 드는 창가, 폭신한 방석, 낮잠에 깬 나를 꾹꾹 눌러주던 발, 하얀색 츄르를 주면 두발로 서며 골골대던 소리, 잠결에 느껴지던 보드라운 온기, 내 팔을 베개처럼 베고 자던 특별한 밤.


전 분명 혼자로서의 삶을 좋아한다고 여겨왔어요.그것을 잘 지켜내기 위해 꽤나 애도 썼고, 그러한 스스로의 노력에 사랑 비슷한 걸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치만 역시나 만용이었을까요. 아이가 아픈 동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는 것에 조금의 의심도 없는데도, 누구보다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커도, 그래도 역부족이라는 사실에 겁을 먹기도 했고, 어느 정도는 파괴되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같이 아이를 돌봐준 친구가 아니었으면 공간이에게 수액을 놓는 것도, 못 먹는 아이의 입에 주사기로 밥을 밀어주는 것도, 아이를 혼자 두지 않는 것도, 또 떠난 아이의 장례를 치르는 것도 도저히 못 했을 것 같았거든요.


아이를 떠나보내며 들었던 희미한 마음의 말을 찾아 적어봅니다. 내가 아는 고양이들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았고, 내가 가장 사랑했던 나의 예쁜 고양이를 보내는 것보단 간직하는 마음으로 꾹꾹 담으려고요.


아무리 최선을 다 해도 이별에 따르는 미안함은 늘 있다는 것, 그러니 가능한 상냥하고 선량하게 굴 것, 곁에 머물러주는 이들을 소중히 여길 것, 나쁜 마음과 선한 마음 중에는 늘 선한 마음이 옳은 선택이라는 것. 최선을 다 해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그래도 도저히 안되는 것들에는 겸허한 마음으로 도움을 청할 것.


영혼을 삼킬  같은 거대한 상실은 글로 적어야 받아들여지는  같아요. 아무리 말해도 부족한 마음들을 글자로 남기며 슬픔을 꾸역꾸역 소화해 보렵니다.


“벌써 보고싶은 공간아. 나의 가난과, 청춘과, 권태와, 고독까지 다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 거기서 우리 아빠랑 신나게 놀고 있으면 언젠가 우리 다같이 만나서 더 꼭 껴안고, 맛있는 걸 잔뜩 먹고, 서로 만져주면서 낮잠을 늘어지게 자자. 부족한 집사였지만, 그래도 나의 모든 것들 중에 너를 가장 사랑했단다. 이제 아프지 말고 편히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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