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랑 Feb 16. 2021

나민애의 《책 읽고 글쓰기》 : 다시 펜을 들게 하다

나를 다시 브런치로 불러들인 그 책


지은이 : 나민애

제목 : 책 읽고 글쓰기

출판사 : 서울문화사

출간연도 : 2020

페이지 : 221




책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지 여러해가 지났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혼자 읽는 것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보고, 같은 책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독후활동의 끝판왕인 글쓰기(서평)에 다다르게 됩니다. 주위 사람들을 관찰해 보니,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이 테크트리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더군요.


그런 저의 욕구를 알아챈 지인이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 책은 이미 여러권을 접했고, 그 내용이 대부분 대동소이함을 느낀바 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추천해서 읽은 책이 마음에 들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들어가 지더라구요(?)


《책 읽고 글쓰기》는 제목으로 내용을 모두 소개할 수 있는 책입니다. 저자인 나민애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글쓰기 담당 교수로 재직중인 분이시죠. 작가의 권위가 꼭 좋은 책을 담보하진 않지만, 이 책을 집어든 목적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적합한 직업의 작가는 없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목차는 2부로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인 '서평 체급 정하기' 에서는 서평을 쓰기위한 준비운동 단계를 잘 설명해 놓았습니다. 서평의 정의, 독후감과의 차이, 서평을 위한 독서법 등을 소개해 주는 부분이라고 보면 됩니다. 2부인 '서평러의 기초 체력 키우기' 부분에서는 본격적인 서평쓰기로 돌입합니다. 100자 이하의 단형 서평(리뷰) 에서부터 지금 제가 쓰고 있는 블로그 서평(중형서평), 그리고 전문적 서평인 장형서평에 이르기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인 '부록'에는 지금까지의 내용을 망라한 서평 쓰기 실전 활용 꿀팁을 제공합니다. 이처럼 서평 초보자부터 고급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실용서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을 좀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1부에 나오는 서평의 정의가 흥미롭습니다. 독후감과 서평을 비교한 부분입니다.


독후감과 서평은 다르다는 것. 서평이 보다 전문적이고 냉정하고 분석적인 영역이라는 것. 나의 감수성과 감동과 경험보다는 보편적인 공유의 지점이 언급되고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마음의 소리와 내 영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독후감이라면 그것보다 마음의 소리 지분을 줄이고 머리의 소리 즉, 이해와 판단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서평이다.


서평은 말 그대로 '평' 입니다. 책에 대한 나만의 평가가 들어가 있어야 하죠. 하지만 인터넷에 있는 많은 서평들이 실제로는 독후감의 범위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서평을 쓸 것인지, 독후감을 쓸 것인지를 정하지 않은 채 펜을 든다면 십중팔구는 독후감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책을 비판한다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책의 권위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겠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이 책을 평가할 것이다' 라는 다짐은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출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블로그 서평에는 가독성이 매우 중요하다. 너무 길면 안 읽힌다. 너무 어려워도 안 읽힌다. 블로그 서평은 나 혼자 쓰고, 보고, 즐기는 비공개 설정이 아니라면 다양한 독자가 읽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쉽고 재미있고 합리적으로 써야 한다.


2부의 내용입니다. 이 문단을 소개하는 이유는 작가님이 얼마나 실용적으로 서평 가이드를 제시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입니다.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블로그 서평러들은 조회수와 반응이 중요한 동기가 됩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일단 잘 읽혀야 하구요. 매력적이고 흡입력 있는 글을 쓰는 것은 철저히 재능의 영역입니다. 이런 능력을 지닌 사람들은 어떤 주제로 글을 써도 조회수가 보장되죠. 하지만 우리같은 초보서평러들은 일단 독자들이 글에서 불쾌감이 들게 하지 않는 것이 제 1목표가 아닐까요? 작가의 가이드를 열심히 따라간다면 인기글을 보장해주지는 않아도 '확실하게 망한글'을 쓰지 않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서평 가이드북'의 모범사례로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학교 교수님의 애정어린 시선(혹은 아이를 우쭈쭈 하듯이 가르치는 눈높이 교육)은 서평 쓰기의 진입장벽을 확~ 낮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매번 어떻게든 책을 읽고 난 뒤, 끄적거리는 연습을 해온 저였지만 그 결과물이 마음에 든 적은 한번도 없었기에 '책 읽고 글쓰기'는 저에게 끝나지 않는 숙제였습니다. 잘 쓰고 싶었던 만큼, 실망도 커서 다시 펜을 잡기가, 또는 자판을 두드리기가 힘이 들었죠.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불쏘시개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2년 만에 브런치에 글을 발행한 제가 그 증거이지 않을까 싶네요. 책 앞에 쫄지 않는 독자들이 많아지는 세상을 꿈꾸며, 오랜만에 열어본 브런치를 살포시 닫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가의 이전글 공기업 직장인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