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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Mar 14. 2021

[독서모임 후기] 공정하다는 착각

분더캄머 핫-북 : 30일 독서모임

분더캄머의 독서모임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오프라인 독서토론 모임 (코로나로 온라인 운영 중)

2. 온라인 독서모임 (30일 같이 읽기 + 온라인 독서토론)

3. 온라인 모닝 북클럽 (일요일에 한시간 각자 책을 읽고, 30분간 감상 나누기)


물론 처음 독서모임을 만들 때는 1번의 모임이 주가 되었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전면휴업-_-에 들어가게 되었고 지금은 2번 모임을 메인으로 운영 중이다.


올해의 첫 모임은 2월 중순에서 어제까지 약 30일동안 진행되었고, 토요일 오전 온라인 줌 독서토론을 끝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이번 모임의 지정도서는 마이클 샌델의 신작 『공정하다는 착각』이었다. 이미 도덕철학과 정치철학 분야에서는 유명한 작가이자 교수여서 우리나라에 출간되자마자 각종 온라인 서점에서 상위권에 랭크가 되어 있었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20대의 나에게 꽤나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기에 이 책도 꼭 읽고 싶었다. 문제는 혼자 책을 읽기가 어렵고, 싫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혼자 나름 생각해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샌델 교수의 책은 대부분 자신의 강의를 기반으로 쓰여진다. 즉 학생들과의 토론이나 같은 동료 교수들과의 토론이 줄기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혼자의 생각보다는 타인의 생각을 듣고 그 차이를 좁혀나가거나, 상대를 이해하는데 더 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분더캄머의 멤버들과 같이 읽어보는 형식으로 모임을 기획하게 되었다.


https://wunderbook.co.kr/willclub/?idx=68


그렇게 만들게 된 온라인 모임 핫-북! 이름은 지금 보니 꽤 유치하다; 어쨌든 이런 유치한 이름에도 열한명의 멤버분이 참여해주셨고, 2/15(월) 부터 3/13(토) 까지 한 달 간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하루에 약 20페이지 분량을 매일 읽도록 했고, 주말에는 쉬어가거나 주중에 못다 읽은 부분을 채우는 시간으로 삼았다. 당시에는 별 숙고 없이 정한 규칙이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책을 매일 읽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노동에 가까웠고, 해당 도서의 내용이 쉽지 않았기에 주중에 읽는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은 나에게 꼭 필요했다. 멤버분들도 그랬으리라 믿는다 ㅎㅎ


핫-북의 모임을 시작하며


핫-북의 인증 규칙은 간단하다. 1) 하루에 정해진 분량의 책을 읽고, 발췌할 문장 하나 그리고 본인의 단상 하나를 카톡방에 공유한다. 2) 구글설문지를 통해 최종 인증한다. 여기서 굳이 설문지를 인증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구글 설문지의 목적은 바로 시각화에 있다. 카톡방에 공유하는것 만으로는 이 책을 완독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주기 힘들다. 내가 이번주에 얼마나 책을 읽었는지 알려주고, 다른 멤버들은 얼마나 인증하고 있으며, 얼마나 더 읽어야 완독할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때 참여한 멤버분들의 인증률이 월등히 높아지는 것을 지금까지의 독서모임 운영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멤버분들의 반응도 좋아, 계속해서 도입할 방법이기도 하다 :)


자동 인증 대시보드


여기에 추가로 '단상'의 필요성을 첨언하고 싶다. '발췌'와 '필사'는 분명 독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텍스트를 눈으로 읽어가며 책장만 넘기는 것 보다는, 밑줄을 긋고 그 문장을 내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한데 발췌와 필사가 그 과정의 첫번째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 다음이 더 중요하다. 바로 '비판적 독서'이다. 보통 일반적인 독자들은 책의 권위(혹은 저자의 권위)에 눌려 내용을 가감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도 아직까지 이런 영역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책에 대한 반항심을 갖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전문가가 쓴 글이라도 한 인간의 생각일 뿐이다. 많은 데이터와 통계가 책의 완전무결함을 보증하는 것도 아니다. 혹여 그렇더라도 내 생각을 갖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단상'은 그래서 넣었다.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을 글로 남기는 것. 그리고 그 생각을 부끄럽더라도 타인과 공유하는 것. 이것이 독자를 맹목적인 책 읽기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한다. 나도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멤버분들의 단상을 보는 것이 하루의 즐거움이었다. '아 이 구절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여기서 환경이나 배경의 차이가 생기겠구나.' 등은 같은 분량을 매일 읽어나가는 모임의 또다른 매력이다. 한 멤버분은 이런 과정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독서'로 작용한다고 소감을 남겨주시기도 했다. 이번 모임에서는 단상을 선택의 영역이었는데 다음 모임에서는 필수로 해 볼까...하고 문득 생각을..ㅋㅋ


서로의 단상을 나누는 시간


길어보였던 30일간의 독서인증이 끝나고, 온라인 독서토론의 시간이 왔다. 주말 오전이라는 시간관계상 모든 멤버분들이 다 참여해주시지는 못했지만 7명의 멤버가 모여 쉬지않고 수다를 떨 수 있었다. 지정도서 자체가 워낙 다양한 주제와 사고를 유도하는 책이라 토론이 더 가열차게 진행된 것도 있겠지만, 운영자의 입장으로는 이것 또한 '단상'의 힘이라 말하고 싶다. 한 달 동안 기록해온 나의 생각들의 나도 모르게 겹겹이 쌓여 책에 대한 나만의 평가, 그리고 가치관을 형성하게 해주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발제를 기획한 나의 입장에서도 단상은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 그 동안은 내가 관심있었던 분야나 소재에 관하여 발제를 해왔기에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함이 항상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나만 관심있는 주제였던 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굉장히 큰 부담으로 다가오곤 했다. 하지만 이번 발제는 한 달 간의 카톡창을 쭉 올려보며 좋은 생각을 나눠주신 멤버분들의 단상을 기초로 하여 작성을 했다. 그러다보니 심리적인 부담감도 많이 낮아졌고, 무엇보다 각자과 관심있는 분야를 고르게 설정할 수 있어 토론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야말로 나이스 초이스! 혹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계신 분이라면 참고하시길...(이거 좋아..정말 좋아!)



온라인(줌) 모임 (초상권을 위해 편집 ㅋ_ㅋ)


모든 독서모임을 마치고, 매일 읽기 완주자 분들에게 상품을 전달해드리고 나니 기운이 쪽 빠지는 느낌이었다. 후련함과 아쉬움의 그 어느 사이의 감정이랄까. 게다가 발제문 준비와 토론 진행은 사실 2년간 모임을 진행하면서도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았기에 항상 부담스러운 과제였기에 모임이 끝난 뒤에 느끼는 속시원함은 사실 어쩔 수 없는 노릇인것 같다 ^^; 하지만 독서모임을 마치고 느끼는 감정은 '아쉬움'에 더 큰 비중이 있다. '더 잘 진행할 수 있었는데', '이번 토론은 왜이렇게 시간에 쫓기면서 진행했지?' 등 개선점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기 때문이다. 어제 줌을 끄면서는 '아 당분간 쉬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하루가지나고 또 오늘 이 후기를 작성하고 있다. 다음 모임 책은 뭘로 하지? 등의 생각과 함께. 독서모임은 참....뭐라 말할 수 없이 짜증나면서 재미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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