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이 말하는 10년 후 한국, 그리고 생존전략
2주 내내 비가 오는 주말입니다. 어쩌면 다음 주말에도 비가 올 수 있다고 해요. 저야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을 무척이나 좋아라 하지만, 봄꽃이 슬슬 개화하는 요즘 마음껏 나가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그리 반갑지 않으실 수도 있겠네요.
여하튼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주말의 끝자락인 일요일 오후에도 조금은 설레일 수 있었던 건 책사이 독서모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감상과 후기를 나누는 책-사이 모임은 저에게는 꽤 의미있는 모임입니다. 첫 취업 후 2년간의 오지근무 후 올라온 분당. 지방생활에 심신이 많이 지쳐있었기에 하고싶은 것도 해야하는 일도 참 많았습니다. 원래 책을 좋아했던 터라 그 무렵 한창 날개를 펴고 있던 트레바리를 시작하게 되었고 몇 개의 시즌을 거쳐 현 책사이의 모태였던 트레바리 TED 읽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죠.
거기서 만난 분들이 현 책-사이 모임의 초기 멤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트레바리에서의 활동 후, 모임을 끝내야 할 시기에 멤버들끼리 단합하여 우리만의 모임을 만들기로 했거든요. 그렇게 시작된 소규모 모임이 어느새 2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멤버로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니 약간의 매너리즘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취향과 가치관도 파악이 되다보니 매 모임마다 조금은 뻔한 전개가 나타난 탓입니다. 점차 초반의 열정(서평쓰기 및 참석)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모임 전반적으로 리프레쉬가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그렇게 몇 번의 회의 끝에 분더캄머 내에 책사이 모임을 새로 꾸리게 되었습니다. 발제자의 책임감을 더하기 위해 파트너 제를 도입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어요. 또한 고인물(?) 모임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멤버도 영입하기로 했구요.
그렇게 시작된 책-사이의 새로운 시작인 21시즌 3,4월 모임. 이번 모임의 테마는 '변화와 미래'로 두 가지 책을 함께 읽게 되었습니다. 조영태 작가의 <정해진 미래>, 김상균 작가의 <메타버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https://wunderbook.co.kr/willclub/?idx=70
3월에는 <정해진 미래>를, 4월에는 <메타버스>를 읽게 되었어요. 그리고 3월 모임이 바로 오늘이었답니다.
개편 후 첫 모임이다보니 긴장이 되더군요. 무엇보다 새로운 멤버가 들어온 뒤 첫 모임이라 더 신경이 많이 쓰이기도 했구요. 다행히 발제 준비를 트레바리 때부터 파트너로 활동하신 병규님이 맡아주셔서 조금은 마음이 편했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커뮤니티를 운영한다는 것은 감정소모가 심하고 인력도 많이 들어갑니다. 개별로 보면 사사로운 일들이지만 각자의 성격이 달라 1명이 해내기엔 과중한 경우가 많거든요. 총무, 홍보, 디자인, 발제를 혼자 해야할 때의 부담감은 그야말로 상상이상입니다. 뜻대로 모임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의 허무함이나 실망은 차치하더라도요. 그럴 때 이런 든든한 발제자의 존재는 큰 힘이 됩니다. 워낙 독보적인 발제실력을 가진 병규님이라 :)
모임 전날 속속 멤버들의 독후감/서평이 홈페이지에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책-사이 멤버분들의 서평은 트레바리때부터 저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열등감의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많았다니! 그리고 그런 분들의 서평이 분더캄머 홈페이지에 업로드 된다는 건 또 어떻구요! 멤버분들의 서평을 볼 때마다 한 책이 가져오는 감상의 방향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제가 독서모임을 하면서 단상과 서평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내 생각을 글로 풀어낸다는 것. 그보다 좋은 독후활동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책사이 모임은 서평제출이 곧 모임 참가의 조건입니다. 서평을 쓰지 않으면.....모임에 참석하실 수 없어요. 까다로운 조건이라고 보실 수 있겠지만, 이 자그마한 장치가 모임의 질을 유지하게 해주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분량이 많지는 않아요. 300자 이상으로만 간단하게 정리해주시면 되거든요 ㅎㅎ
저런 서평들은 발제자에게도 큰 힘이 되어줍니다. 자칫 한 쪽으로 편향될 수 있는 발제문을 교정해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위의 사진은 병규님이 새벽 2시까지 만든 <정해진 미래> 모임의 발제문입니다. 논제 하나하나가 아주 주-옥같죠? 발제문은 그 모임의 방향과 질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좋은 발제문은 만족스러운 모임을 만들어 주는 첫 번째 요인이예요. 이런 고퀄의 발제문을 볼 때마다 모임을 운영하는 저는 그저 감사...압도적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해진 미래> 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가 쓴 책입니다. 인구학적인 관점으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예견하는 책이죠. 이에 따라 내용의 범위가 방대하고, 책의 목차도 굉장히 미시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발제에 어려움이 많으셨다고 해요. 그 노력만큼 발제문이 대부분의 내용을 포함하고, 책 너머의 내용으로 심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어 즐겁고 보람있는 토론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모임은 5시가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습니다. 끊임없이 말이 이어져서 끝나고 난 뒤에는 약간의 피로함마저 느껴질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간의 좋은 독서모임은 항상 저런 기분좋은 피곤함을 수반합니다. 쉴새없이 떠들고, 생각을 정리하고, 경청하는 것은 결코 편한일은 아니니까요. 오늘도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시간의 긴 토론 후 저희는 다음 4월 모임 <메타버스>를 기약하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다음 모임은 또 다른 파트너 이진님과 제가 함께 발제를 맡았어요. 기분좋은 피로의 다음은 알 수 없는 부담감입니다. 병규님이 워낙 좋은 발제문으로 스타트를 끊어 주셨으니, 저도 기대에 부응해야 겠지요. 4월은 여러모로 바쁜 달이 될 것 같습니다. 모임에 참여해주신 멤버분들께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말을 올리고, 재미없는 후기를 읽어주신 분들에게도 수고하셨다는 말을 드리고 싶네요 ㅎㅎ 그래도 기록은 항상 쓸모가 있어서... 최대한 후기를 남기려고 합니다. 아직 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맑은 월요일의 아침을 기대하며 남은 주말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