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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 Sep 02. 2022

<책리뷰>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1)

재사용에 진심인 나라, 핀란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핀란드에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핀란드를 여행 버킷 리스트에 추가했다. 언젠간 핀란드에 있는 중고가게들을 돌아다니며 나만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중고 물품들을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핀란드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자일리톨 껌 광고에 나오는 자작나무 숲과 핀란드어로 '좋다'라는 뜻의 '휘바' 말고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핀란드에 '무엇이' 있는지 호기심으로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외국에서 생활하는 유튜버들이 찍는 단순한 '브이로그' 콘텐츠가 아니다. 핀란드에서 생활하며 바라본 다양한 중고가게들에 대한 소개와 그 중고가게들을 운영하는 운영자들의 철학과 '재사용'과 환경에 관한 고찰을 기록한 책이다. 


1. 우리에겐 <당근마켓>이 있지만, 오프라인 중고 가게가 더 부럽다.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은 동네 인증만 하면 누구나 중고품을 판매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대중적인 앱이다. 띠부띠부 씰을 파는 초등학생부터 육아용품을 거래하는 엄마들, 결혼할 때 사서 한 번도 쓰지 않은 나의 쟁반을 사주신 70대 할머니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왜 오프라인 중고가게가 활발한 핀란드가 더 부러운 것일까?


바로, 판매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매대를 차릴 수 있는 동네 벼룩시장, 판매대행 중고가게, 기부형 중고가게, 가구만 취급하는 중고 앤티크 상점, 의류만 취급하는 중고가게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여러 방법 중 가장 체험해 보고 싶은 방식은 판매대행 방식이다. '잇세빨베루(영어로 셀프서비스)'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가게>와 같은 중고가게에서 선반을 대여한 뒤, 물품을 진열해 놓으면 판매를 대신해주고 선반 대여료를 뺀 나머지 금액을 정산받는 방식이다. 가격도 직접 매길 수 있고, 구매자와 직접 만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 구매자가 직접 보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새상품>, <미개봉>이란 태그가 없어도 물건 상태만 좋으면 잘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고제품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더라도 미개봉 상품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이다. 실제 당근마켓에 미개봉 제품을 올렸을 때 대부분 하루 안에 판매가 이루어졌지만, 최근 판매한 오리발은 단 한 번만 신었음에도 1년 만에 성공할 수 있었다.(물론 계절성 물품이라 여름에만 채팅이 이뤄지긴 했다.) 


나는 재사용을 위한 거래를 하고 있는 걸까?

당근에서 구매할 상품을 탐색할 때, 물품을 판매할 때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조차도 새 상품을 되파는 물건 위주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눈으로 보면 이런 현상이 덜 하지 않을까 싶어 잇세빨베루를 체험해 보고 싶은 것이다. 진정한 중고 거래를 즐기는 문화가 부럽다. 



2. 경제대공황이 만들어낸 중고 문화

그렇다면 왜 핀란드에서 중고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일까? 나의 머릿속에는 북유럽은 잘 사는 나라, 복지의 나라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서양인들이 아시아권의 문화를 모두 같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북유럽권에 대한 무지를 자각하게 되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스웨덴 사이에 낀 부족 국가의 영토로 두 강대국의 등살에 1917년이 돼서야 독립을 할 수 있었다. 독립 후에도 세계대전과 러시아와의 국경 분쟁, 내전까지 더해져 힘든 시간을 보낸 뒤에야 산업화와 기계화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극심한 경기 침체로 배식을 했을 만큼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핀란드는 그 어느 때 보다 혹독한 경제 대공황을 겪으면서 중고 문화가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그렇지만 모든 핀란드인들이 중고 문화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경제 대공황 당시에는 '문화'가 아닌, 헌 물건을 쓰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오히려 당시를 겪은 사람들이 중고품을 기피하는 현상은 당연해 보인다. 이런 모습은 6.25 전쟁 이후 밀가루만 지겹게 먹었던 부모님 세대들이 수제비를 좋아하지 않는 모습과도 같아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경제 대공황으로 중고 문화가 시작되었지만, 이 문화를 즐기고 있는 것은 요즘 세대들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중고 문화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 잡은 데는 재사용 센터의 역할이 크다고 한다. 재사용 센터는 기부품으로 운영되며, 물품들은 확인 단계를 거쳐 판매할 물건, 무료로 제공할 물건, 수리가 필요한 물건으로 나뉜다. 수리를 해도 판매하기 어려운 경우 여러 물건들과 조합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든다. 



3. 접근성이 좋은 중고 마켓

우리나라의 중고 마켓이나 제로 웨이스트 샵들은 특정 지역에 포진되어 있다. <아름다운 가게>의 경우, 서울에 28곳이 있지만 필자가 사는 수원에는 3곳뿐이라 아쉽다. 3곳도 집과 멀어 가는 것이 쉽지 않다. 제로 웨이스트 샵의 경우, 수익성이 좋지 않아 임대료가 저렴한 곳에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가게 사장님께 들은 적이 있다. 


반면, 핀란드에서는 중고 마켓의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마음먹고 가는 곳이 아니라, 일상에서 지나가다 들리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물건을 사기 전에 자연스럽게 중고 마켓이나 재활용 센터에 들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로드샵에 심심하면 지나가다 들리는 것과 같지 않을까. 



다음 편에서는 이 책에서 언급한 '패스트 패션'에 관한 내용의 리뷰를 쓸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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