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선비 Oct 05. 2018

반야심경 한 번쯤 들어 보셨죠? (5)

3. 해설 b


 여러분들 반야심경 많이 들어보셨죠?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관자재보살~" 아마 우리에게 익숙한 구절일 겁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반야심경은 재미있는 힙합 리믹스(?)도 있고 말이죠. 하지만 불교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제외하면 반야심경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계신 분들은 적으실 겁니다. 그래서 이번 연재를 기획했습니다. 저는 철학 관련 브런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글은 종교적인 글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불가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이 글의 대상은 모든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최대한 쉽게 풀어서 쓸 계획이니 차분히 연재를 읽어나가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불가 사상의 느낌을 이해하실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0. 목적과 이유

1. 사전 지식과 기타 알아두면 재밌는 것들

2. 개론

3. 해설(이 부분은 본문의 해설이므로, 어느 정도의 분량이 나올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4. 마무리


 저번 편부터는 본격적으로 해설에 들어갔었죠? 벌써부터 지치신 분들이 계신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사실은 제가 벌써 지쳐갑니다. 이번시간에는 왜 오온이 공(空) 한지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었죠? 그럼 시작해볼까요? 아 그리고, 매 편마다 원문을 한번 보고, 해당 편에서 함께 읽을 부분은 붉은색으로 표시해두겠습니다. 혹시 나중에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읽으시려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으니까요:)



원문


般若波羅蜜多心經

반야바라밀다심경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照見 五蘊皆空 度一切苦厄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 오온개공 도일체고액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無眼耳鼻舌身意 無色聲香味觸法 無眼界 乃至 無意識界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무안계 내지 무의식계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 無老死 亦無老死盡

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 무노사 역무노사진

無苦集滅道 無智亦無得

무고집멸도 무지역무득

以無所得故 菩提薩埵 依般若波羅蜜多故

이무소득고 보리살타 의반야바라밀다고

心無罣礙 無罣礙故 無有恐怖 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

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 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

三世諸佛 依般若波羅蜜多故 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삼세제불 의반야바라밀다고 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

故知 般若波羅蜜多 是大神呪 是大明呪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能除 一切苦 眞實不虛 

고지 반야바라밀다 시대신주 시대명주 시무상주 시무등등주 능제 일체고 진실불허 

故說 般若波羅蜜多呪 卽說呪曰 

고설 반야바라밀다주 즉설주왈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娑婆訶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娑婆訶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娑婆訶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 붉은 글씨는 이번 편에서 함께 해석할 부분입니다.





도일체고액 度一切苦厄


* 도度

도는 건널 도를 사용한다. 그래서 의미는 간단하다. 건너다 그리고 건넜으니 지나갔다, 타파했다로 이해해도 된다.


* 일체一切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일체가 맞다. 총체적인 모든 것을 뜻한다.


* 고액苦厄

고는 고통의 고이고, 액은 곤란과 곤경을 말한다. 뜻은 어렵지 않다. 고통과 곤경을 말한다. 연재 초반부에 말했던 '인생은 고통이다'의 의미와 같다.


 쭉 이어서 해석해 보면, 모든 고통과 곤란, 곤경을 뛰어넘었다. 건넜다. 타파했다. 그러한 고액을 어떻게 타파했는가? 바로 오온이 공하다 라는 것을 알게 되니 모든 고액이 사라졌다 라는 것이다. 인생은 고통이라 했던가? 그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집착에서 오는 것이고, 그러한 집착 때문에 우리는 업(業)이 쌓이게 되고, 끝없이 윤회하게 된다. 윤회의 원인을 거슬러 가면 결국은 우리가 오온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오온이 공(空)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 모든 고액이 사라져 버렸다는 말이다.



사리자 舍利子 


 부처에게는 명석한 제자들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다. 특히 지혜에 능한 제자였다. 반야는 지혜를 뜻하고 반야심경은 지혜에 관련된 경전이므로 가장 중요한 경전인 반야심경에 출연하는 영광(?)을 얻은 것이다. 반야심경은 나름 스토리텔링 방식의 경전인데, 제자들 중 사리자에게 관자재보살이 설법하고 있는 것이다. 사리자! 이는 관자재보살이 사리자에게 무언가 말씀해주시려고 사리자를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해석하자면,


관자재보살 : 사리 자야~이다.



색불이공 공불이색 色不異空 空不異色 


 이 구절은 바로 해석을 하겠다.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역시 색과 다르지 않다. 색과 공의 관계를 아는 것이 반야의 지혜를 아는 것이고, 그것이 반야심경의 핵심이다. 색은 곧 공과 다르지 않고, 공한 것 또한 색과 다르지 않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이해한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기를 추천한다. 물론 이해하신 분이 계시다면, 굉장한 분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 


앞과 비슷하다. 색은 곧 공이고, 공은 곧 색이다. 관자재보살이 사리자에게 이렇게 설법하고 계신 것이다.


관자재보살 : "공이 곧 색이고, 색이 곧 공 이니라"

사리자 : 아... 그래서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 부분은 반야심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설명을 길게 해야 할 것 같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지만, 이 부분만 잘 넘긴다면 뒷부분은 꽤나 수월할 것이므로, 차분히 읽으면 좋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는 먼저 자성(自性)과 무자성(無自性)을 알아보아야 한다. 


 어떤 것에 '자성이 있다'라는 것은 그것이, 그것인 이유가 그 안에 있는 것이다. 영어로는 아이덴티티(identity) 정도 될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의자(chair)는 의자이기 때문에 의자이다. 의자의 성질이 의자 안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면접에 가면 자기소개를 하라고 한다. 너를 한번 소개해봐! 그럼 우리는 거짓이든 진짜든 자기소개를 한다. 그렇게 소개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나니까,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게 바로 자성이다. 내가 나인 이유가, 나에게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자성은? 그것이 그것인 이유가 그 안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에서는 이 세상에 자성은 없다고 말한다. 무자성이다. 모든 것은 공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만약 바로 이해한다면, 그리고 그렇게 세상을 바라본다면 바로 당신이 부처일 것이다. 그나마 무자성을 감각적으로 설명한다면, 앞서나 온 의자를 예로 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앉아 있는 의자, 지금 나도 의자에 앉아있는데 무자성은 의자가 의자가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일단 지금은 의자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역시 무슨 소리인가 싶을 텐데, 자 여기에 나무의자가 있다. 나무의자를 만들려면 나무못 가죽 솜 등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에 이 나무를 해체한다고 해보자 장도리로 못을 다 빼고, 가죽을 찢고, 그 안의 솜을 다 빼내고, 부수는 정도가 아니라 해체해 버렸다! 자 이제 이건 뭔가? 아직도 의자인가? 아니다 지금은 의자가 아니다. 의자라는 것은 곧 여러 가지 요소들이 특정 구조를 갖추었을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형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애초에 그러한 형태를 띠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순간의 형상을 의자라고 부르는 것일 뿐, 본디 의자라는 본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의자는 예를 든 것뿐이고 모든 것이 그렇다. 길가에 있는 나무도, 바위도, 물도, 인간관계도 나 자신 까지도! 앞에서 설명했던 모든 것은 인연이지, 이 인연을 통해서 현재의 형상을 띄고 있는 것 일 뿐이다. 어떠한 형태를 띠고 있어서 그것이 자성이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무자성인 것이다. 즉, 색은 곧 공이겠다. 


 색은 곧 공하다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됐을 것인데, 그렇다면 공은 곧 색이다는 무엇일까? 색이라는 건 일시적인 것이고 곧 공하다. 오온개공, 모든 건 공하다! 계속 모든 것은 공하다 라고 말하고 있다. 마치 색은 저속하고 공이 고결한 것처럼, 육체적인 것은 저속하고 정신적인 것은 고결하다고 말하는 듯하다(물론 이런 단순한 말은 아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공하다 공공공공공!이라고 하다 보니, 아... 이런... 모든 것은 공하다 라고 말하다 보니까, 공이라는 것은 본디 실체가 없는 것인데, 그것을 실체화하면서 공에 집착하기에 이르렀구나! 그렇다! 공에도 집착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한 가르침을 주기위해 막판에 공은 곧 색이다 라고 뒤집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가르침도 있다. 공역 시 공 해야 한다. 


 아! 부처님! 왜 이렇게 설명이 어렵고 돌려 돌려 말하고 그때그때마다 설명이 다릅니까?라고 따질 것 같다. 자, 어린이가 당신에게 철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돌려 말해줘야 쉽게 이해시킬까? 별 수 없다. 어린이마다. 그때의 상황마다. 그때그때 맞게 잘 돌려가면서 최대한 쉽게 말을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철학을 제대로 이해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인가가 이것이라고 딱 설명되게 되면, 듣는 사람은 그 설명 자체에 집착하게 된다. 본질을 그 설명 안에 가두게 되면 본래 뜻을 다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깨달은 사람은 설명 안에 모든 것을 함축시키지만, 깨닫지 못 한 사람에게 함축이란 경계선이 되어버린다. 부처께서는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막판 뒤집기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처 : 색은 공하니라~ 그런데 공역시 색이야ㅋ

중생 : 하...






 이번 편도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약간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요, 자성과 무자성의 개념을 잘 생각해보시면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우리는 그동안 어떤 것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었는데, 본질이 없는 것이 본질이라니 어리둥절하시죠? 하지만 이런 사고에 익숙해지는 것이 불가 사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함께 읽은 부분을 다시 한번 복습하고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度一切苦厄도일체고액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오온이 공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모든 곤경과 집착에서 해방되었다. 사리자야 내가 너에게 말하니,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 또한 색과 다르지 않다. 색은 곧 공이요, 공은 곧 색이니라.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여정이 되실 겁니다(저 역시도...). 하지만 조금씩 저와 함께 읽어 나가시면, 분명히 좋은 시간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만나요:)


설법하시는 부처, 염화미소


매거진의 이전글 반야심경 한 번쯤 들어 보셨죠?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