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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유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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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Oct 06. 2018

한 번쯤 해보기를 추천하는 놀이

종이와 연필이면 충분합니다


* 진지하게 이 놀이를 해야 합니다.


1. 종이와 연필을 준비한다.


2. 이건 정말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적어본다(사람이어도 좋고, 물건이어도 좋다).


3. 써둔 목록을 보고, 정말로 자기 것인지 생각해본다.


4. 다시 생각해보니 자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하나씩, 하나씩 지워간다.


5. 모든 것을 지워나갈 때까지 반복한다.


6. 사실, 내가 정말로 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7. 허무해한다.


8. 애초에 내가 무언가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9. 모든 것은 내 주변을 흘러가는 것, 잠시 동안만 내 곁에 있는 것, 혹은 내가 잠시 빌리는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10.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은 것도 없다."라고 생각해본다. 마음이 괜히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본다.






 사실 이 놀이는(놀이라고 해야 하나?) 어느 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우연히 카톡 친구 목록을 유심히 보고 나서 해본 놀이입니다. 연락도 더 이상 안 하고, 이름도 가물가물한 사람들의 목록들을 지워나가면서, 정말로 내가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 정말로 이건 내 사람 혹은 내 물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봤습니다. 그리고 공책에 적어봤습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돈은 쓰면 사라지고, 핸드폰은 고장 나면 교체하고, 내 곁의 친구들도 언젠가는 떠나가고(결국 모두 다 죽는다), 내가 먼저 떠나갈 수도 있는 것이고.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목록을 지워가다 보니, 내가 가졌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허무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내가 무언가를 가졌다고 말하는 것이 욕심은 아닌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가졌다'라는 생각을 조금씩 놓아주다 보니,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됐고,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괜히 당당해지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 뒤로 저는 가끔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다."



* 예전에 혼자 해봤던 놀이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여러분도 해봤으면 하는 마음에 간단히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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