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서재 결혼 시키기>라는 책이 있다는 것을 안 지는 꽤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작가가 책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그린 에세이. 가장 호기심을 끈 부분은 제목처럼, 서재를 결혼시키는 부분이다. 책벌레인 부부가 각자의 책을 합치지 않고 있다가, 마침내 서로의 서재를 합친다는 부분이 이상하리만치 마음에 남았다. 왜인지 뭉클하고 간지러운 기분이 드는 것이다. 사실 서재, 책장이라는 공간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은밀하다. 책장에 꽂힌 책을 살펴보면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사람의 생각과 취향, 가치관을 알 수 있다, 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기에 본인의 책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일은 특별하다.
결혼을 앞두고 집을 꾸미면서, 내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 역시 책장이었다. 그 어떤 가구나 가전보다도 책장이 중요했다. 적당한 높이의 책장에 내가 그동안 모으고, 또 모았던 책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일이 중요했다. 그래서 방 한쪽 면을 가득 채우는 책장을 큰맘 먹고 설치했다. 아직 집에 있는 책을 다 옮기지는 못하고 일부 책만 옮겨 놓았지만, 정갈하게 꽂힌 책을 보니 '행복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오빠도 책을 좀 읽는 편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겹치는 책이 많지는 않은데 그중에서도 하루키 책의 비중이 상당하다. 그러고 보면 신기하다. 처음 오빠와 만나면서 하루키 책을 이야기하며 정서적으로 친밀함을 느꼈던 것이 책장에 그대로 나타나는 걸 보면 말이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주말 무렵, 겹치는 책을 정리해서 누구 것을
간직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을 때 찾아왔다.
나는 우리 둘 다 "혹시나" 갈라설 때를 대비해서 정말 아끼는 책들은
여분으로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앤 패디먼, <서재 결혼시키기> 중에서
물론 나는 책에 나오는 것처럼, 이런 이유로 겹치는 책을 고민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겹치는 책을 그대로 꽂아둘 것인지, 처분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그래도 각자 손때묻은 책이고 나름의 추억이 있을 텐데, 그대로 중고서점에 팔기도 거시기하고 말이지. 이렇게 책 처분을 고민하는 와중에도, 리커버 책이 자꾸만 나를 현혹한다. 왜 애초에 처음 낼 때, 리커버 판처럼 예쁘게 내지 않는 거죠. 가지고 있는 책인데도 자꾸만 사고 싶어지잖아요! 책 욕심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질 줄을 모른다.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