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가 부릅니다, 뭘 그렇게 놀래

(사진 출처: 비이커)

뭘 그렇게 놀라다니요. 그대들의 마지막 소식에 놀라 자빠지는 중이잖아요. 그대들의 마지막이 결코 평범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언니네이발관이 그랬던 것처럼, 그대들도 어쩌면 마지막을 선언할지도 모른다고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도 같아요. 그래도, 그래도 이건 생각보다 너무 이르다구요. 벌써 올해로 10주년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꽤나 오래된 것 같지만, 난 어제도 당신들의 지난 앨범을 들었는 걸요. 곧 나올 5집까지, 고작 다섯 장의 앨범으로 앞으로를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면, 앞으로가 꽤나 심심할 것 같은 기분입니다. 2년에 한 번씩 나오는 앨범을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모든 앨범을 좋아하지만, 난 2집이 정말이지 좋아요. 그냥 그 앨범은 산울림의 재림 같았어요. 김창완 아저씨의 노래도, 말도 아닌 그 무언가를 너무 좋아하는데, 당신의 노래가 그랬거든요. 산울림의 노랫말이 당장 시집으로 나와도 손색없을 정도로 문학적이라면, 당신의 노랫말은 너무 생활 밀착형이라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깊은 밤 전화번호부'를 듣고 어느 누가 공감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악기는 어떻고요. 난 아직도 '날 보고 뭐라 그런 것도 아닌데'의 악기 파트를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아요. 처음 이 노래를 들을 때 생각했죠. '싸구려 커피' 앨범의 수준은 이미 뛰어넘었구나, 어쩌면 앞으로 이 밴드는 이 앨범을 넘어서기 위해 싸우겠구나, 음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감히 이런 생각을 하고는 했어요.

몇 번 본 당신들의 공연은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대단한 무대효과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악기와 목소리만으로 모두를 뛰게 만들지요. 올해 연말에 열리는 마지막 공연에서 겨우 한 자리를 예매했어요. 몇 번의 광클 끝에 얻은 자리였지요. 마냥 신나는 기분이 들지 않는 건 마지막이라는 의미 때문이겠지요. 어쩌면 한바탕 울고 올지도 모르겠어요. 기약 없는 마지막은 언제나 늘 마음 아프니까요.

아마도 다음날 새해가 밝으면, 언제나처럼 '새해복'을 들으며 새해를 시작하겠지요. 전과 다르게 아련한 기분을 느끼면서요. 그래도 언젠가 당신들이 "우리 지금 만나"를 외치며 다시 돌아올 날을 꿈꿔봅니다. 그리 머지않은 날에 다시 돌아오기를, 그리고 앞으로 그대들의 '별일 없음'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