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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진 Nov 29. 2018

단순하게 살아가기의 어려움


남들은 그게 뭐 자랑거리냐고 묻겠지만, 나 스스로 자랑거리라고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멍 때리기'다. 일을 하거나 집중해야 할 일이 아니면 금세 '멍' 상태에 빠지고 만다. 가끔 그런 나를 보며 어딜 보는 거냐며, 무슨 생각하는 거냐고 묻기도 하지만, 난 이런 '멍' 상태를 좋아한다. 이렇게 마음 먹고 멍 때릴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내 머릿속은 도저히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온갖 망상과 잡다한 생각에 쉽게 빠지는 사람이다 보니 이렇게라도 머릿속을 진공 상태로 두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일을 하며 늘 스트레스와 온갖 걱정에 빠져 있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에게 항상 하던 말 중 하나가 그 일이 끝나면 싹 다 잊어버리고 리셋 상태로 돌아가라는 말이었다.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기. 물론 이게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복잡한 일을 해결하고 나면 강제로라도 머릿속을 깨끗하게 만들어야 스트레스도 덜 받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더 이상 '멍 때리기'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머릿속이 깨끗하게 비워지는 시간은 이제 없다. 늘 잡다한 고민과 걱정(따지고 보면 사실 그렇게 중요한 걱정은 아니다.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고민들)으로 가득하다. 요즘 정기적으로 마사지를 받고 있는데, 그 나른하면서도 평화로운 시간조차도 늘 쓸데없는 고민을 한다. 난 참 단순하게 살던 애였는데, 이제야 세상 물정을 알아가고 있어서인지, 나이가 하나둘 먹어가서인지 참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좋은 방향이라기보다는 나쁜 방향으로다가. 시간아, 나를 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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