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어른 말 틀린 말 하나 없다"라는 꼰대 같은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 들면 시간이 더 빠르게 가"라는 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정말이다. 어렸을 때는 이렇게까지 한 해가 빠르게 지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눈 감았다 뜨면 일주일이 휙휙 지나가 버린다. 아, 지구가 장난질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그 사이에도 하나둘 먹어가는 나의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스물다섯이 되었을 때, 스물다섯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생경해 친구들끼리 징그럽다고 이야기하던 기억이 난다. 그런 이야기를 꺼내며 깔깔대던 카페, 친구들의 대화, 내가 입었던 옷까지도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이게 벌써 4년 전 일이라니.
내년에 나는 스물하고도 아홉이 된다. 숫자 하나가 바뀐다고 해서 내가 바뀌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안다. 이제는 부모님이 아닌 남편과 함께 살아가겠지만 바뀌는 건 없을 거다. 사는 집이 바뀌고, 함께 사는 사람이 바뀌지만 생활 패턴이 어디 가겠나. 시간이 더 흘러 앞자리가 3으로 바뀌어도 여전히 그대로겠지. 그동안 이뤄놓은 게 없어 때로는 자책하고, 때로는 조급해하며.
올 한해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만족스럽지 않다. 내년 이맘때쯤에 지난 한 해를 돌이켜봤을 때는 "그래, 좋았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