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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진 Dec 19. 2018

아직, 전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사람들의 감상이 이어진다. 축하한다는 말부터 너가 결혼을 한다니 기분이 이상하다, 결혼식에서 펑펑 우는 거 아니냐는 말을 건넨다. 정말 내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이다 보니 그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감상에 이어 화제는 늘 '출산'으로 이어진다. 아기는 바로 가질 생각이 있느냐, 결혼하면 바로 아기를 가져라, 다른 누구는 아직 젊은데 뭘 일찍 갖느냐…. 그렇다. 아직까지도 여자에게 결혼은 잠정적인 출산을 의미한다. 그게 정상적인 프로세스라고 생각하는 거다. 


내 몸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건강한 몸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막연하게나마 아이 한 명 정도는 낳아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두 사람의 마음만 맞는다면 아이를 낳지 않는 삶도 충분히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난 준비가 되지 않았다. (엄마가 될 준비라는 것이 준비한다고 되는 것도, 준비라는 것이 언제쯤 끝날지도 모르겠지만) 난 내 몸뚱이 하나도 버겁다. 무거운 가방을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면 어깨가 너무 결려서 며칠을 고생하는 비루한 몸뚱이인데, 아기라니…. 임신 그 자체도 두렵다. 10개월간 내 몸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늘 두통을 달고 살아서 약 없이는 안 되는데, 10개월 동안 크고 작은 고통을 아무 말 없이 감내할 수 있을까.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의 문제다. 우리 엄마가 나한테 했던 것만큼 아이한테 할 수 있을까. 자기 아기를 낳아보면 달라진다는데, 변할 거라는 그 막연한 가능성과 희망만 가지고 아기를 낳아도 되는 걸까.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변해버리는 건데, 적응하지 못한 탓을 행여 아기한테 돌리지는 않을까. 조금도 원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 아이의 앞길을 책임지기에는, 나는 너무 연약하고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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