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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원영 Aug 17. 2021

공사하는 청년

코로나 시대에도 사람의 온기를 기억하길 바라며

옆집이 몇 주째 인테리어 공사 중이다. 먼지 등이 밖에 내어놓은 아이 자전거에 묻어 신경이 쓰였더랬다. 아침부터 슥삭대는 소리가 들리기에 문을 열고 나갔더니 체격이 크지 않은 앳된 청년이 현관 문짝을 사포로 밀고 있었다. 이 더운 날씨에 구슬땀 뚝뚝 흘리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 문 앞에 '사포질은 현관 문 닫고 해주세요'라는 메모가 붙어 있던걸 봤는데 문을 열고 사포질을 하고 있어 가루가 사방에 튀었다. 청년은 문고리가 없어 닫고 하면 밀려서 열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미안해했다.나는 괜찮다고 편하게 하라며 큰 비닐을 가져와 아이 자전거에 덮었다.

냉장고에 있던 시원한 작은 생수 한 병을 갖다 주면서 나이를 물었다. 스물 셋. 직업 학교를 나왔고 아는 분을 통해 일을 얻어서 하고 있단다.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물도 없다길래 물을 주고 수건도 없다길래 수건도 하나 주었다. 물 적셔서 몸 닦아가면서 일하면 시원하지 않겠나. 청년이 고맙다고 했다.

생수는 딸에게 갖다주게 했다. 조금의 쑥스러움도 없이 슥 갖다주는 딸은 그래도 약간 낯설었는지 오래 쳐다보지는 않았다. 청년에게는 늦둥이 동생이 있어 9살이라고 했다. 엄청 귀여운 여동생이라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근사했다.

하원하고 오니 현관에 필름지를 찢어서 만든 메모가 붙어 있었다.


코로나 공포로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려 드는 시대, 그리고 거기 놀아나느라 사람을 더 밀어내는 시대. 스물 초반의 그 청년이 무더운 여름에 사람 냄새나는 기분 좋은 기억 하나를 챙겨갔길 바란다. 에구 기특해. 노력 안하고 날로 먹으려 드는 인간들이 넘치는 세상, 그런데도 호의를 권리로 알고 자기 더 편하게 안 해준다고 징징대는 이들이 득세하는 세상. 자기 힘으로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는 그 모습이 참 훌륭하고 멋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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