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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킨츠기

상처의 미학

by 율마

일본의 공예 중에 <킨츠기>라는 것이 있다. 부서진 도자기 조각을 이어 붙여 금으로 틈을 메우는 방식이다.

킨츠기는 사람과 닮았다.

상처 입고 깨진 조각을 다시 이어 붙여 그릇으로 존재케 하는 것이 사람의 삶과 다르지 않다. 상처 입어도, 깨어지고 부서져도, 어떻게든 이야기를, 감정을 담아내며 한 생을 살아간다. 누구나 살기 위해 애써 떨리는 손으로 제 부서진 조각을 이어 붙인다. 킨츠기는 상처의 치유이자 재탄생, 자기만의 새 이야기를 입히는 과정과도 같다.



너무나도 다양한 일로 우리는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내용이 어떻든, 자기가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을 담는 곳에서 생채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애정은 고통도 포함한다. 사랑은 그렇기에 용기가 필요하다. 내 좋은 것만 취하는게 아니라 그에 수반하는 고통도 껴안겠다고 선언할 때 감당할 수 있는 것이기에.

사랑도 슬픔을 적립하는 일이라지 않나. 언젠가 헤어지는 슬픔을 마주해야 하기에. 내 눈 앞의 사랑하는 아이들이 예쁘지만 동시에 언젠가 눈감을 날이 떠오른다. 쌔끈한 그릇보다 금 간 그릇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은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이 동전 양면처럼 공존하는 세계를 킨츠기를 통해 보고 있는게 아닐까.


킨츠기와도 닮은, 아니 더 있는 그대로를 보고 껴안아주는 시도 놓아본다.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 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보장도 답도 없지만 마음이 끌려 하는 시도, 너무 귀해서 걱정되고 어떤 선택이 좋을지 몰라 고심하는 마음.

잘못될까, 뭔가를 잃을까, 혹은 얻지 못할까 하는 마음.

뭐 어떻게든 살아가면 되지. 조각나지 않으려 애쓰기 보다는, 이끌리는대로 살고 조각도 어여삐 여기며 살면 그게 예술 아니려나.

괜찮다, 괜찮다.

나도 너도 괜찮다.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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