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픈 이유는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면 사람은 밥을 먹는다. 나는 배가 고프면 생각을 한다. 무얼 먹지, 집에 오트밀이 아직 남아 있는데 오트밀에 우유를 타 먹을까? 그렇지만 설거지를 하지 않아서 그릇이 없는데. 그러면 시켜먹을까? 시켜먹으면 돈이 많이 드는데. 그러면 편의점에 갈까? 나가기는 귀찮아. 어쩌면 좋을까. 시켜먹는 게 가장 편한데 이번주 돈을 너무 많이 썼어. 그렇지만 나가기는 귀찮아. 설거지를 하면 되는데. 설거지 지금 하기 싫어. 왜? 잘 모르겠어. 왜? 그러니까. 그러면 시켜 먹어야지. 뭘 시켜 먹을까? 오늘만 시켜먹고 내일부터는 다시 집에서 밥 해먹자. 내일부터? 내일이든 모레든 빠른 시일 내에.... 이 집은 배달비가 너무 비싼데. 한 끼만 시킬까? 두 끼를 시키면 더 싸게 치는데? 하지만 돈은 더 많이 쓰잖아. 건강한 음식 먹고 싶은데.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정말 어쩌라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실제로 내 머릿속에서 생각은 저런 모양으로 돌아간다. 밥을 먹는 간단한 일을 앞에 두고, 나는 삼십분에서 한 시간씩 고민을 하고 마는 것이다. 양치질도, 세수도, 집청소도, 빨래도. 모조리 지긋지긋한 생각의 굴레 안에 갇혀 있다.
지금도 너무 생각이 많아서, 잠깐 생각을 털어 내려고 들렸다. 부디 새해에는 생각보다 행동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질 수 있기를. 평화롭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