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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in Jun 07. 2018

<캐나다편> 도시인 듯, 도시 아닌, 도시 같은 밴쿠버

밴쿠버에 도착하다

한국을 떠나기 전 정말 고민을 했다.

밴쿠버 VS 몬트리올.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두 목적지가 아닐까. 동부의 대표 격인 몬트리올과 서부의 대표 격인 밴쿠버. 이래저래 많은 고민을 했지만 막 프랑스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돌아와서 그런지 불어에 진절머리가 난 상태라 솔직히 결론은 쉽게 났다. 불어가 표준어인 몬트리올은 여행하는 걸로 하자.


하하.

생각보다 언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나 보다.


핸드폰 개통부터 숙소로 이동하는 것까지 딱히 어려울 건 없었다. (여담이지만 심카드 개통은 현지에 도착해서 하는 게 더 낫다. 이 이야기는 추후에 다시 하는 걸로.)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숙소 근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밴쿠버에서의 첫인상은 깨끗하다.

사람들도 너무나도 친절하고 깔끔했다. 물론 시내 중심가를 벗어나면 어디에나 더럽고 악취 나는 할렘가들이 많지만 다운타운은 잘 정돈된 도시의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차도 많지 않고, 그리 시끄럽지도 않으며 출퇴근 시간이 아니면 아무리 중심가라도 거리에 사람들조차 잘 없다.


와이파이도 사용할 겸 들렀던 스타벅스 직원의 친절함은 나에게 캐나다인=친절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활달함에 친구같이 친근한 친절함.


스타벅스 미소 훈남(M): 하이! 오늘 날씨 좋지?
나(K): 응! 나 오늘 밴쿠버 도착했는데 날씨 운이 따르는 것 같아.
M: Welcome to Vancouver! 어제까지 계속 비가 왔는데, 네가 해를 데리고 왔나 보다.
K: 하하! 한국은 지금쯤 비가 오고 있겠네.
M: 그러게! Lucky us! 뭐 주문할래?
K: 글쎄, 더워서 시원한 게 당기는데 추천해줄래?
M: 커피 좋아해? 안 좋아하면 프라푸치노나 탄산수, 주스류가 좋지 않을까?
K: 커피 좋아하는데 오늘은 시차 적응해야 되니까 안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아
M: 좋은 생각이야! 그러면 프라푸치노 어때? 이번에 새로 나온 게 있는데 반응이 좋아.
K: 오, 나 프라푸치노 좋아해! 그럼 그걸로 부탁해!
 (주문중)
M: 여긴 지금 비가 자주 오니까, 해 나왔을 때 즐겨! 밴쿠버에 있는 동안 즐거운 일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자주 봐!
K: 어! 커피 마시고 싶을 때마다 들릴게, 안녕!


1년이 지나도 기억하는 밴쿠버에서의 첫 대화. 마치 자주 오는 단골인 것처럼 대해줘서 잠시나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었다. 불친절함의 끝판왕이었던 파리에서의 생활이 아직도 몸에 배어있나 보다.

대도시에 가면 특유의 불친절함이 느껴져서 대도시에서는 낯선 이들과 대화하는 걸 꺼려하는 편인데 스타벅스의 미소 훈남은 그 걱정을 시원하게 날려 주었다.

도시 특유의 날 선 느낌도 없고, 정신없는 느낌도 없는 도시 밴쿠버.

Sunset beach

도시 곳곳에 있는 공원들과 해변가. 여유로움이 가득한 이 도시에서 따스한 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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