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의 유일한 여름 대중교통
갈리아노는 트레킹으로 유명한 섬인데, 버스나 택시가 없어 자연스레 뚜벅이가 될 수밖에 없다.
처음 갈리아노에 도착했을 때는 에어비엔비로 예약했던 주인분이 픽업을 오셔서 다행히 숙소가 있는 곳까지 차를 타고 이동했지만 그 이후에는 걸어 다니곤 했는데, 섬의 끝에서 끝까지 도보로 5시간 이상 걸리는 섬이라 여름에는 걷다가 보면 집에서 나오기 싫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여름의 경우에는 갈리아노의 유일한 펍, Humming bird의 주인장이 운행하는 비공식 버스가 있다. 펍에서 출발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머무는 캠핑장까지 한 시간에 한 번씩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이 펍이 있는 주변에 슈퍼, 식재료 상점이 있기 때문에 굳이 펍에 들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캠핑장에서 야영을 한다면 식료품을 사러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도보로 약 1시간 반 정도 되는 거리를 운행하는데 혼자 걸아가고 있으면 어디 가느냐고 물어보고 타라며 세워주기도 한다. 시간만 잘 맞춘다면 땀을 흘리며 걷는 대신 무더운 여름날 버스 안에서 풍경을 감상하며 편히 가는 특혜를 누릴 수 있다.
사실 이 펍 버스는 갈리아노의 유일한 대중교통(?)보다는 파티 버스로 더 유명하다. 이 버스를 운전하는 허밍버드 펍의 주인장 Tommy는 운전을 하면서 노래도 하고 악기도 연주하면서 가는데, 버스에 올라타면 마라카스나 탬버린 등과 같은 악기를 하나씩 쥐어준다. 간혹 단체로 관광을 온 친구들이 타기라도 하면 버스 안에서 춤을 추며 다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흥이 많은 Tommy는 자원봉사 겸 펍 홍보 겸, 겸사겸사 이런 펍 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펍을 이용하지 않고 버스만 이용하는 경우라면 팁 박스에 1달러라도 팁을 놓고 가는 센스가 요구되긴 한다.
이 섬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차를 가지고 오거나, 자전거를 가지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캠핑장에 묵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나같이 주민도 아니고 여행자도 아닌 어정쩡한 워홀러에게 이 펍 버스는 초기 정착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메인 이미지 출처 (http://tommytrans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