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첫날부터 너무 힘들다.
코펜하겐으로 가는 길은 참 멀고도 멀었다.
비행기에서 푹 자려고 일부러 밤에 환승하는 편을 선택했는데 홍콩에서 한 시간가량 연착되면서 불길한 기운에 휩싸였다. 이미 몸과 마음이 지쳐 내 몸을 의자에 맡겨버리고 싶었지만 하아... 내 뒤에 앉은 세 명의 중국인 아줌마들이 나의 소소한 행복을 열네 시간 동안이나 앗아가 버렸다. 앉자마자 시작된 수다는 비행기의 불이 다 꺼져도 멈추지 않았고, 기내식을 다 먹고 리필을 요청할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각종 간식과 라면을 요구하면서 쉬지 않고 입을 놀렸다. 내 휴식을 돌려줘........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던 비행을 끝내고 나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 Metro 표지판을 보고 따라가기 시작했다. 일단 도착지 역 이름은 아는 상태였기에 막힘없이 매표를 끝내고 당당하게 지하철을 타러 가려고 하는데, 지하철 체계가 굉장히 독특하다. 지하철이라기보다는 기차 같달까? 다행히 공항에는 표 발권 및 안내를 도와주는 사람이 몇 있었고, 중간에 갈아타는 곳에서 물으면 된다고 해 일단 환승하는 역까지 가는 데는 성공! 했으나 그다음이 문제였다. 대충 S라인으로 갈아타라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이 곳 지하철은 우리나라의 기차 시스템과 유사해 플랫폼 번호를 알아야 내가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열차에 탑승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한 플랫폼에 하나의 호선만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들어오는 열차마다 도착지가 다르고 라인이 달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내가 가는 곳은 다행히 한 번만 환승을 해서 다행이었지만 그마저도 헷갈려 지하철을 몇 번 놓치고야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역에서 세*일레븐의 무료 와이파이를 잡아서 며칠간 나에게 소파를 내어줄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고, 나의 첫 번째 안식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여행을 간다며 간단하게 집 소개를 해준 후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떠났다. 이렇게 친절하고 쿨할 수도 있나..?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해 낮잠이라도 자고 싶었지만 시차 적응을 위해 버티기로 했다.
역에서 걸어오는 길에 보았던 편의점에서 심카드를 구입하고, 바나나를 하나 사들고 집에 들어와 자전거를 찾기 시작했다. 교통비가 너무 비싸기에 일단 자전거를 찾는 게 급선무! 페이스북을 이용해 내 사이즈에 맞는(코펜하겐에서는 작은 자전거를 찾기가 너무 힘들다. 다들 너무 커서 그런가... 내 키가 그리 작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내 예산에 맞는 자전거들을 찾아 약속을 잡고 내일 모든 걸 다 해결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아직 인턴까지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있으니 오늘은 이만 여기서 눈을 감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