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춤추는 재스민 Dec 05. 2023

오랜만에 찾아온 감기 손님


감기는 참 오랜만에 걸려본 것 같다. 목이 간질간질하면서 기침이 나오는 증상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증상이다. 차라리 몸살이나 오한, 발열이 낫다. 그러면 죽은 듯이 누워서 잘 수가 있지만 기침은 잠도 설치게 만들고 무엇보다 기분이 나쁘다.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은 큰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우리 엄마는 평생 감기에 한번도 걸리지 않았는데, 결국 큰 병에 걸려서 진단 2개월만에 돌아가셨다. 


나는 그 뒤로 죽음이 어느 순간에 찾아올지 모르고 늘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죽음에 대한 한 예감의 시작은 부모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예전에 이해인 수녀님이 에세이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분이 죽음을 맞이하셨으니 나도 그렇게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쓴 적이 있다. 


노벨상 후보에 올랐던 일본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의 자전적인 소설<내 어머니의 연대기>를 원작으로 만든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영화,<내 어머니의 인생>에서 주인공인 코사쿠는 어머니와 애증이 얽힌 관계다. 


살아계실 때 한번도 그런 감정을 노출시키지 않았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가장 중요한 성장기 8년간 자신을 큰집으로 보냈던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들어있다.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비로소 자신을 큰 집에 보낸 이유를 알게 되고 서운했던 감정이 풀리게 된다.  


그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코사쿠는 이렇게 독백한다. 


죽음과 나 사이를 가로 막고 있던 얇은 막이 걷히는 느낌이었다고. 


자신의 죽음에 대한 예감이 실감나는 첫 순간은 자신의 출생기원인 어머니의 죽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시 내 감기 얘기로 돌아가서, 당장 이비인후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거나 주사를 맞으려고 했으니 그 여정이 단순치 않았다. 집앞의 이비인후과는 언젠가부터 귀전문 병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코나 입을 들여다볼 기계가 없어져서 문진으로만 감기약을 처방해준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 그러려면 그냥 약국에서 약을 짓는 거랑 뭐가 다른가 싶어서 어이없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두번째 찾아간 이비인후과는 오늘 하필이면 의사 단 한명이 진료하는데 대기 환자가 넘쳐나서 두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간호사는 이미 피곤에 쩔어 있었다. 예약만 걸어놓고 다시 나왔다.  


다시 검색해본 비슷한 거리의 세번째 이비인후과에서 드디어 매우 친절한 진료를 받았다. 의사도 친절하고 간호사도 친절하고 마음의 병까지 낫는 느낌이었다. 앞으로는 이 병원으로 다닐 테다. 


병원갔다가 뜨거운 콩나물국밥을 먹고, 스벅에 들려 뱅쇼를 마셨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은 어떤 경계선을 밟고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