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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설탕

by 춤추는 재스민

어릴 때, 피아노 치기는 엄청나게 싫어했지만 그림 그리기는 좋아했다. 초등학교 방학 때 미술 수업에 등록하고 참여했는데 그때 미술선생님이 한 이야기가 아직도 생각난다. 그림은 그냥 보는 대로 똑같이 그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느낌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금와 설탕을 예로 들었다. 소금과 설탕은 육안으로 보기엔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러니 똑같이 그리면 보는 사람은 어떤 게 소금이고 설탕인지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심오한 의미가 담긴 말 같았는데, 이해가 갈듯 말듯 했다. 어린 내가 이해하기론 결론은 내가 보는 사물을 겉모습 그대로 흉내내는 게 아니라, 그 느낌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 같았다. 매우 인상적인 말이었기 때문에 집에 와서 엄마한테 선생님한테 들은 대로 말했다. 엄마의 반응은 이랬다.

"참나, 그걸 왜 구분 못하냐. 딱 보면 설탕인지, 소금인지 알 수 있지."

아, 뭔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단 느낌이 있었지만 내 능력으로 어떻게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우리 엄마는 드라마를 보면서 펑펑 울고 동양화를 멋지게 그리는, 매우 감성적인 사람 같았지만 사실은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이과적 성향이 훨씬 더 강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장점도 단점도 다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 장점만 있는 현명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용납하기 힘든 치명적인 단점을 보이기도 하고, 깍쟁이 같고 직선적인 표현만 하는 이기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려깊고 따뜻한 행동을 해 감동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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