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rvey Mar 29. 2019

스포츠와 스타트업의 상관관계

데이터 사이언스의 세계로 스타트업을 초대합니다.

필자가 태어난 해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출범한 해이다. 벌써 38년째인 것이다. 한국에서만 38년.

미국의 경우 메이저리그 MLB가 1869년 출범했으며 NBA가 1946년 출범했다. 무려 100년 하고도 40년이 더 되었다. 140년간 쌓인 데이터는 말 그대로 빅데이터이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년 모든 구단들은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적용하며 우승을 향해 도전한다. 이러한 사실은 기업을 경영하는 환경과 매우 유사하다.


또한 MLB의 경우 선수의 가치를 측정할 때 세이버 메트릭스 Sabermetrics를 활용한다. 단순 지표들에서 벗어난 WAR, WAC+ 등 다양한 수치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연봉을 책정한다. 일반 기업들 또한 임직원들의 가치를 매년 KPI를 설정하여 평가 분석하여 연봉 협상을 벌인다. 이러한 사실은 기업을 경영하는 환경과 매우 유사하다.


누군가에게는 ‘그깟 공놀이’이겠지만 우리는 이 지점에서 스포츠와 스타트업의 상관관계를 데이터 사이언스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세이버매트릭스 Sabermetrics


수학적 · 통계학적 방법론을 도입하여 야구를 객관적인 수치로 분석하는 방식을 말한다. SABR와 metrics(측정)의 합성어로 세이버매트릭스 전문가인 빌 제임스가 창시한 SABR(The Society for American Baseball Research)라는 모임을 중심으로 정립됐다


필자의 주제넘은(?) 예견이지만 멀지 않은 시점에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세이버매트릭스가 적용될 것이라 예측해본다. 만약 동종업계 동종 업무를 하는 김대리가 이직을 할 때 세이버매트릭스와 같은 KPI 지표를 보유하고 있다면 합리적인 연봉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업 측면에서도 김대리를 스카우트해서 성과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분야를 예를 들자면 세이버매트릭스의 OPS(On base Plus Sluggling)를 적용하여 영업 메일링을 했을 경우 콜드율(회신되지 않을 확률)과 계약률을 합쳐 KPI에 반영 가능하다.


*OPS (오피에스)는 On base Plus Sluggling의 약자이며 말 그대로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



▶머니볼 Moneyball


미국 프로야구 오클랜드의 빌리 빈(William Lamar Beane) 단장이 주장한 이론으로, 홈런이나 타율이 높은 타자보다 출루율이 높은 타자가 득점의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이론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는다는 경제학적 원칙을 야구단에 적용해 스타 선수나 타율ㆍ홈런 등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저비용ㆍ고효율 구조로도 야구단이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저비용ㆍ고효율 구조는 기업 경영의 가장 큰 핵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계에서는 애자일 방식의 개발을 선호한다. 처음 기획부터 무겁게 진행하며 비용을 과다 지출하기보다는 저비용으로 소비자 검증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 후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하여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는 하이 리스크를 햇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애자일 개발 방식을 머니볼의 방식을 적용해보면 홈런보다 출루율이 높다는 것은 고객의 유료 결제율보다는 고객 유입률이 높은 방식으로 우선 개발한다는 것이다.


*애자일(agile)의 사전적 의미는 '날렵한', '민첩한'으로, 애자일 프로세스(agile process) 모델은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그때그때 주어지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론을 말한다.



▶모리볼 Moreyball


휴스턴의 농구단장 대럴 모리는 통계 분석을 기반으로 NBA에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이런 경력답게 농구 통계 분석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골밑과 3점 구역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팀에 주입했다. 이런 체제에 대해 MLB에서 통계 분석 토대로 유명했던 머니볼과 모리 단장의 이름을 따서 만든 명칭이 모리볼(Moreyball)이다.


모리볼의 핵심은 데이터 사이언스이다. ‘최대한 링 주변에서 슛을 던져야 확률이 높일 수 있다’는 전통적 방식의 가설에서 벗어나 골밑과 3점 라인 근처에서 슛을 시도하는 것이 득점 기대치가 더 높다는 통계를 적용한 것이다. 3점슛을 33%로 쏘는 것이 2점 미드레인지를 45%로 성공시키는 것보다 득점 기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공격은 3점과 골밑 돌파(& 자유투)만  하고, 상대방에게는 2점 미드레인지를 강요하는 수비 전술을 펼친다.


흔히 우리는 Z세대는 오프라인 쇼핑보다 온라인 쇼핑을 선호할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Z세대의 행동 패턴은 온라인으로 정보를 습득 후 실질적인 구매는 오프라인으로 한다. 미국 Z세대의 74%가 온라인으로 자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미국소매업협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98%는 여전히 실제 매장에서 쇼핑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Z세대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이르는 말로,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 세대라는 특징이 있다.



▶오프너 Opener


야구 경기에서 첫 1~2회에 등판하는 불펜투수를 이르는 말이다. 경기 시작에 불펜투수인 오프너가 등판한 뒤 기존의 선발투수가 3~6이닝을 책임지고, 중간계투와 마무리 투수가 경기를 마무리 짓는 전략으로, 2018 시즌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도입한 뒤 새로운 투수 운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MLB 경우 이닝별 득점 분포도를 보면 1회가 가장 높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1회에는 공격하는 팀에서 가장 공격력이 뛰어난 1~3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또한 수비하는 팀의 투수의 경우 아직 몸이 예열되지 않아 1회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


스타트업의 경우 부푼 꿈을 안고 힘들게 개발한 앱 또는 제품을 출시한다. 애지중지 자식같이 키운 서비스 또는 제품이 위풍당당하게 시장에 우뚝 설 것이라는 큰 꿈을 꾸지만 다수의 스타트업이 출시와 함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이는 이미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들이 1~3번 타자처럼 타석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시장의 첫 진입을 가장 강력한 무기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경쟁자들에게 균열을 가할 수 있고 소리 소문은 낼 수 있는 가장 핵심 능력. 그래서 모든 엑셀러레이터와 VC들은 그렇게 질문하는 것이다. ‘귀사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요? 그래서 당신 팀의 핵심 능력은 무엇인가요?’



이밖에도 무수히 많은 Case들이 존재할 것이다. 스포츠에서도 승리에 필요한 KPI를 찾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데이터를 측정/분석해가면서 그런 특성을 가진 선수들을 영입하듯 스타트업들은 시장 진입을 위해 KPI를 책정하고 코파운더를 영입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경영 전략들을 스포츠 등을 통해 영감을 얻어야 한다.


지금 이 시간, 스포츠를 관람하고 있는 지인이 스타트업 CEO라면 ‘지금 그거 볼 시간이 있어?’라고 걱정하기보다는 ‘영감을 얻는 중이구나’라고 너그러이 응원해줍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