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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할매 Aug 03. 2023

엄마한테 잘하라고... 부탁...

그렇게 말하고 엄마보다 먼저 갔다 ㅠㅠ

부우웅... 가방 속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번호 없이 누군가 전화를 걸었다. 잠시 망설이다 전활 받았다. 꽉 잠긴 목소리와 강원도 억양이 밴 어조로 해원 언니가 말했다.

"나... 호영이... 엄..."

"아 언니야 어디야? 언니 잘 지내?"

몇 년만일까?

20년은 흐른 거 같다 ㅠㅠ

내 앞에 막아선 장애물 치우며 산다고 해원 언니쯤이야 잊은 듯 살던 시절 ㅠㅠ

"엄마한테 잘하라고... 그 부탁 할라고 전화했어 ㅠㅠ"

순간 까마득하게 잊었던 언니의 20대 시절,  나 열몇 살 학교밖 아이이던 시절의 어떤 날이 떠올랐다.


단칸방에서 아픈 아버지와 오빠 동생 나 여섯 식구가 살았다. 식구가 많다고 여섯 달마다 이사 다니던, 나라도 국민도 처절하게 가난하던 시절이다. 마당에서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부엌에서 두들겨 맞고 있는 해원 ㅠㅠ너무나 참담하게 맞았다. 중풍 걸린 영감님과 3남매 그리고 해원까지 여섯 식구의 생계를 해결해야 했던 엄마에게 분풀이 대상이었을까 해원이는?

교육이라고는 받아본 적 없고 친부모의 사랑이랄 것은 더더구나 누리지 못하고 어린 시절의 불구 된 몸으로 스무 살이 넘었다. 시장 좌판의 엄마 곁에서 장사를 돕다가 푼돈 꺼내 맘대로 쓰기도 했다. 자신을 잘 관리하지 못해 아버지나 엄마 속을 썩이긴 했다만... 열 살 넘은 내 마음에도 언니의 행실이 바람직하진 못했다만 그렇게까지 자기의 친딸을 패 죽일 듯이 때리던 엄마... 그때 엄마는 겨우 40대 중반ㅠㅠ 그런 세월이 얼마간 흐르다가 해원은 집을 떠났다. 그런 후 기억의 필름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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