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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프 Dec 25. 2022

사회초년생은 좌절할 시간이 없어요 EP4

'프로덕트를 빛내줄 셀링포인트를 찾느라' 편

하루에도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하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사용받지 않은 서비스는 사라진다. 내가 기획하는 이 프로덕트가 살아남아서 최대한 많은 사용자들에게 사용이 되고 많은 가치를 전달했으면 하는 바람은 모든 기획자라면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첫 프로덕트인 일기 기능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과 떠올랐던 생각은 '다른 일기 어플이나 서비스와의 차별점이 뭔데?'였다. 나 또한 일기 기능을 탄생시키면서 내 첫 프로덕트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으면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유사한 일기 기능과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우선 타깃으로 생각했던 사용자들은 기존에 '일기 작성'이라는 행위를 습관으로 지니지 못해 기록을 쌓는 것에 대한 가치를 혼자서 느껴보지 못한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일기를 이미 다른 서비스나 실제 작성하는 일기장을 통해서 사용하고 있는 유저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었다. 왜냐하면 일기라는 것은 기록이 많이 쌓일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데, 일기를 작성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일기를 활용할 수 없는 서비스라면 전환이 어렵고 또한 기존의 작성된 기록을 버릴 만큼 더욱 매력적이고 완성도 높은 서비스여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후순위의 타깃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궁극적으로는 해당 타깃도 우리의 잠재고객이기 때문이다. 


위 내용을 간단히 정의해 보면 일기 사용 여부와 유사 서비스 사용 여부로 나뉘었고, 다시 나열해 보면 나의 프로덕트 target user는 아래와 같은 순서대로이다.

1. 일기를 꾸준히 쓰지 않으며, 따라서 유사 서비스도 사용해보지 않은 10대

2. 일기를 꾸준히 쓰지 않지만, 유사 서비스는 사용해 본 적 있는 10대 (가정은 유사 서비스도 가치를 느끼지 못해 이탈)

3. 일기를 꾸준히 쓰지만, 유사 서비스는 현재 사용하고 있지 않은 10대

4. 일기를 꾸준히 쓰고, 이미 유사 서비스를 통해 일기를 주로 기록하고 있는 10대.



일기 기능이라면 기본적으로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 즉 기록을 쌓고 쌓은 기록을 확인하는 즐거움은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만 했다. 따라서, 작성, 수정, 삭제, 찾아보기 등의 기능은 기본적인 feature로 고려하고 기획하게 되었다.


그리고 특별하게 내가 만들 일기 기능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함에 대해 고민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기는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꾸준히 일기를 쓴다는 사람들에게 대단하다는 찬사를 보내곤 한다.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모두가 당장 오늘부터 하루 한 편의 일기를 쓰면 되는 것이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새해가 다가오면 나태했던 올해와 다른 내가 되고 싶어 많이들 결심하는 것은 일 년짜리 다이어리를 사서 매일 하루씩 일기를 써야지...!라는 다짐,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우리 서비스의 주요 타깃인 학생들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방학 숙제로 한 번쯤 일기를 써야 했던 적이 있을 텐데, 대부분의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방학이 끝나기 하루 전 오묘하게 비슷한 내용으로 날씨만 바꿔가며 근 한 달치를 쓰느라 잠을 잘 못 잔 친구들이 많았다.

순풍 산부인과 유명 짤. 스토리는 내가 짤 거고 글씨는 누가 쓸래?


왜 사람들은 일기를 꾸준히 쓰지 못할까? 해당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성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프레임 워크를 사용해 보았다. (추후에 프레임워크와 논리적인 사고를 위한 이야기를 해볼 예정이다.) 나는 사용자가 "왜 ~하지 않을까?"에 대한 질문에 크게 3가지의 브랜치로 첫 번째 디깅을 한다. 1. 역량이 부족한가? 2. 허들이 존재하나? 3. 의지가 부족한가?


여기서 말하는 역량, 허들, 의지를 조금 더 정의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역량: 해당 서비스 혹은 기능과 유사한 것에 대한 사용 경험이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서비스 사용법을 깨닫거나 배울 수 있는 능력

2. 허들: 사용자의 능력과는 별개로 서비스 자체에서 해당 기능을 사용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하여 이탈을 발생시키는 요소들 (ex. 에러 발생, 어렵고 복잡한 온보딩 과정, 가이드 부족, UX 사용성 저하 등)

3. 의지: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사용함으로 인해 얻는 가치, 혹은 특정 행위를 하기 위한 동기부여 등


사용자들이 일기를 왜 쓰지 않을까? 에 대한 각 브랜치 별 대답을 나름 정리해 보았다. (각 대답을 넣어서 문장을 만들면 그게 포괄적인 하나의 가설이 된다!)

1. 사람들은 역량이 부족하여/글을 쓰는 행위를 할 줄 몰라서 일기를 쓰지 않는다. (X)

> 여기에 반박할 수 있는 포인트로 우리는 모두 초등학생 때 일기에 시달린 기억을 꼽았다. 

레전드 충효일기

2. 허들은 세 가지로 한 번 더 나눌 수 있었다. 

    1) 일기 서비스들이 대체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서 일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X)

        > 일기 서비스는 탭도 거의 없는 앱이 많다. 

        > 즉 일기라는 기능 자체에만 집중하여 글을 쓰고 수정하고 삭제하고 이런 단순 기능을 제공한다.

    2)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를 넘어서 '일기'라는 것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사용하지 않는다. (O)

          > 웹 사이트나 유튜브에 '일기 쓰는 법'을 검색해도 수많은 글을 확인할 수 있다.

    3) 비용을 지불해야 해서 일기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다. (X)

         > 평균적으로 일기 앱들은 무료이거나 비용을 내도 in-app payment라 앱 다운 및 기본 기능 사용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앱스토어 일기 검색 시 확인 가능)


3. 사람들은 일기를 쓰는 것에 대한 의지가 없어서 사용하지 않는다. (O)

> 하지만 이 것은 목적어를 변경해도 모두 말이 되는 신기한 문장이다. 예를 들어 일기를 '운동', '다이어트', '독서' 등으로 변경해도 말이 된다. 

> 즉, 이 것은 일기라는 기록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하거나 (포인트 제공, 금전적 보상, 기록을 더 잘 찾아보도록) or

> 일기라는 기록 행위 자체가 재밌어지도록 느껴지거나 (게이미피케이션 요소 추가)

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나는 위 두 가지 중 우선 기록 행위 자체가 재밌어지는 것을 선택했다. 우선 일기 기록에 재미를 느껴 시작하게 된다면, 다음 액션에도 재미를 느껴 연쇄 반응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습관화의 가장 큰 지름길이며, 습관이 된다면 일기 기록이 쌓여서 느끼는 그 가치는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첫 번째 차별점은 쉽게 작성할 수 있는 '5자 일기'와 담벼락에 '좋아요' 누르기였다. 


일기의 작성을 어렵게 생각한다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5자' 형태를 고안했다. 일기의 형태는 아주 다양하고 분량도 천차만별이다. 좋은 일기의 예시도 사실은 찾기 어렵다. 방법적인 안내 없이 새롭게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사용자에게는 아주 불친절한 접근법일 것이다. 본인이 정말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각오하지 않는 이상 일기라는 것은 쉬이 도전하기 어렵다. 특히 미디어와 기술에 일찍이 노출되는 10대들은 더욱 그런 특성을 가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나의 어린 시절을 책임져줬던 고전 예능에서 한 때 다섯 자 토크라는 게 유행했었다. 질문에 대해 다섯 자로 대답하는 것. 형식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제한은 두되 내용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이 정도의 가이드가 어쩌면 방법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서비스 내 커뮤니티에 학생인 척 '지금 기분 다섯 자로 적고 가줘'라는 글을 남겼고, 임팩트는 대단했다. 

댓글과 리액션이 생각보다 많이 달려서 당황했던 나.

총 조회 6000회, 총 댓글 1000회가 달렸다. 내가 작성자로서 한 것은 그저 다섯 자로 답글이 달린 것에 대댓글 혹은 공감으로 리액션을 5개 정도 해주었다. 그 이후에는 유저들이 정말 본인의 기분을 마음대로 써놓고 갔다. 그 와중에는 댓글 작성자들끼리 서로에게 리액션을 취해주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리마인드에 대한 기능도 없었지만 몇몇 사용자는 며칠간의 텀을 두고 본 게시글에 다시 돌아와 그날의 기분을 다시 작성하기도 했다. 표출하는 감정은 다양했다. 행복, 고민, 슬픔, 분노 등등 사춘기 시절의 내가 겪었던 감정들에서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게시글로 나는 콘셉트 검증과 MVP 검증을 동시에 이루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게시글을 통해 찾아낸 또 다른 차별점은 바로 '소통'의 활용이다. 일기는 매우 개인적인 감정이다. 오죽이면 초등학교 시절 자물쇠가 달린 비밀 일기장이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을 했겠는가. 하지만 또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본인의 감정을 부분적으로 표출하고 싶어 한다. 현재의 SNS가 그런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하나의 문제점은 긍정적이고 행복한 순간만 남기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이 점은 추후에 감정을 셀렉할 때 활용하게 된다.) 




서비스 자체로 제공하는 랜덤 익명 닉네임을 달고 있다면, 그리고 5 자라는 제한적인 내용을 쓸 수 있다면, 이 부분을 일기 작성자들에게 공개해서 지금 다른 친구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공유하고, 공감하는 일기에 리액션을 취해 소통을 할 수 있다면 개인적인 콘텐츠를 활용한 의사소통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는 곧 기록을 쌓는 과정을 조금이나마 더 즐겁게 만들어주거나 가속화시켜 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이 형태가 바로 일기를 작성하면 100자 세부 내용을 제외한 5자 일기가 '담벼락'이라는 공개된 장소에 노출되고, 이 담벼락에서는 일기 사용자들의 5자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공감의 의미로 '공감' 버튼을 누를 수 있게 했다. 많이 공감이 눌린 일기들은 인기순으로 모아볼 수 있다. (추가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는 '좋아요'를 횟수 제한 없이 무한대로 누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정리하자면 나는 기본적으로 하루를 기록할 수 있는 '일기'기능을 1) 다섯 자 일기를 통한 쉽고 빠른 작성, 2) 담벼락이라는 공간에 내용 공유와 공감을 통한 소통이라는 요소로 차별된 가치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일기' 작성에 대해서 겪고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해결책으로 이 프로덕트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획서와 메이커들이 기획 배경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PR&FAQ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PR&FAQ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한 번 이야기할 예정이다.) 그리고 메이커 분들과 첫 대면을 하면서 스콥과 ETA 설정에 대한 무한 굴레와 줄다리기에 빠지게 되는데...!


사회초년생은 좌절할 시간이 없어요

다음 에피소드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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