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2년 미만의 평균 경력 10년 KAIST IMMS 대학원 도전기
저는 학사 재학 시절부터 대학원 진학에 대해 막연하게라도 생각을 했습니다. 지식에 대한 깊이를 항상 갈구하고, 또 배움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들과 학습하는 것이 항상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뚜렷하게 몰랐던 당시와 달리 현업의 경험이 조금 더 중요한 Product Manager가 되고 보니 대학원이 조금은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서 시도도 못해보고 미련과 후회를 하기보다는 지금 나의 상황에 맞는 옵션을 찾고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MBA는 희망하지 않았습니다.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커리어를 희망하지 않으며, 저는 IT 업계에서 커리어를 쌓기 원했기 때문입니다. 번외로 사실 데이터 분석에도 관심이 있었고, 어느 정도 경험이 있어 데이터 분석 대학원도 찾아보았지만, 이는 커리어의 전환이 필요하여 차선책으로 두기로 결정했습니다.
따라서, 다음을 기준으로 대학원 프로그램을 찾아보았습니다.
서울에 위치한 경영 혹은 IT 관련 대학원
학습한 내용을 현업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환경을 가질 수 있는 Part-time 프로그램
이후에 미국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에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는 대학교 (외국 대학 출신 교수진/Alumni 혹은 해외 방문 or 관련 수업 여부)
그렇게 최종적으로 결정한 프로그램은 바로 KAIST 대학원의 정보경영프로그램 (IMMS)였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여러 대학원 내 석사 코스 중 제가 생각한 기준에 모두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 지원해야겠다 결심 후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은 입시 설명회였습니다. 굉장히 운 좋게 찾아보던 시점으로부터 1,2주 내에 올해 첫 입시 설명회가 예정되어 있어 신청 후 온라인으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해당 프로그램이 점차 경쟁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설명을 들을수록 해당 프로그램에 합격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차 커져갔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해당 프로그램이 재직자만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당시 퇴사 후 무직인 저에게는 지원할 수 있는 자격조차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3월~4월에 취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본격적인 취준에 들어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면접 합격을 3월 중순에 하였고, 4월 1일부터 출근을 확정 짓게 되었습니다. 3월 말 정말 운 좋게 해당 프로그램 신입생 모집 공고가 떴고, 4월 11일까지 서류를 접수할 수 있다는 소식에 이건 꼭 도전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집 공고를 살펴보았고 필요한 서류 준비 및 작성을 진행했습니다.
필요했던 서류
입학원서(인터넷 출력본) - Keyword, 자기소개서 미대상
에세이(인터넷 출력본)
학사 성적증명서 원본
재직증명서/경력(퇴직) 증명서/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기타 우수성 입증자료 및 증빙 - 선택사항
작성해야 했던 자기소개서 질문
(필수) 1. 귀하의 중장기 비전과 현재 시점에서 왜 KAIST MBA/Master 과정에 진학하고자 하는지에 관해 기술하십시오. 또, 특별히 KAIST MBA/Master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함께 설명하십시오.
(필수) 2. 귀하에 대하여 또는 귀하의 자질에 대하여 기술하십시오.
(선택) 1. 귀하가 KAIST MBA/Master 과정에 입학하여 KAIST를 위해 무엇을 공헌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기술하십시오.
(선택) 2. 귀하가 지난 5년간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십시오.
저는 해외 대학 졸업자였기 때문에 어학 시험 성적 증빙은 면제, 그리고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online e-transcript 서비스를 활용하여 대학 입학처로 바로 성적 증명서를 전달하였습니다. 졸업장의 경우는 스캔본으로 대체가능했습니다.
기타 우수성 입증 자료는 각종 자격증, 이전 회사에서 받았던 인사 평가, 그리고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최대한 쥐어짜 작성하였습니다.
자기소개서가 정말 작성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사실 돈을 지불하고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인생에 있어 저는 시간이 걸리더라고 끝내 스스로 목표를 성취하는 것을 원칙으로 지켜왔기 때문에 부족하고 떨어질지언정 혼자서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우선 다른 분들의 합격 후기들을 찾아보았고 그 과정에서 평균적으로 합격하시는 분들의 경력이 약 9년~10년 정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의 경력은 약 1년 8개월. 수치적으로나마 질적으로나마 부족한 시간이었음을 직감했습니다. 3년 미만의 지원자도 합격을 하긴 하지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합격을 못해도 저는 도전을 해서 문을 두드리기라도 해야 후회가 남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자기소개서의 흐름을 잡기 위해서 저는 남들과 다른 차별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 성공 연구 및 활성화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주제를 잡았습니다. 저는 첫 회사부터 스타트업을 고집해 왔기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실제로 재직하며 경험하였고, 이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지만, 한계점을 느껴 학습을 더 하기로 결심하였다고 작성하였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프로그램 중 수강을 희망했던 수업들을 언급하였습니다. 또한 IMMS에서만 제공하는 실제 미국 기업 방문 및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미국 스타트업들의 실제 케이스 스터디와 이후 미국에서 박사 진학 계획도 함께 언급하였습니다. 이런 학습들을 통해 재직하고 있는 회사에 적용하며 스타트업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 보고, 더 나아가 성공 방식을 확립하여 초기 스타트업들의 생존 전략 그리고 중기 스타트업들의 성장에 기여하기 위한 플랜들에 대해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이라는 특이한 백그라운드를 alumni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스타트업의 활성화가 우리나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들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사실 스토리 라인 자체는 저는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저의 두루뭉술한 주장들을 뒷받침할 증거들(경험, 경력 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조금 더 시간을 두어 생각을 정리했다면, 하겠다는 포부가 아니라 내가 설정한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을 키워온 경험에 대해 더 논리적으로 작성했다면, 훨씬 더 좋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했을 수 있겠다는 아쉬움이 남아있습니다. 이 글을 쓰며 내년에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복기를 하고 방향성을 수정할 수 있도록 복기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정말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 첫 출근 그리고 회사 온보딩을 진행하면서 해당 프로그램 입시를 함께 준비하였기 때문에 더욱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있다는 것에 이상하게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고 있었고, 서류를 준비할수록 아쉬움과 이번에 합격하지 않더라도 한 번 더 시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일에는 퇴근을 하고 바로 집으로 와 매일 2~3시간씩 고민하며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주말에는 하루종일 서류를 붙잡고 있기도 했습니다. 볼 때마다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최소 10번 이상을 검토하고 수정한 끝에 서류 작성을 완료하였습니다.
전날 응시 수수료를 결제하고, 제출 당일 아침 30분 일찍 출근해 주변 프린트 가게에서 모든 서류들을 인쇄하였습니다. 그리고 회사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드디어 서류를 제출하였습니다.
대학 입시 이후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과 떨림이었습니다. 서류를 제출하고 그 주 주말 정말 몸이 아프도록 앓아누웠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첫 출근을 한 지 2주 만에 서류를 작성 및 제출을 할 수 있었던 건 믿기지 않습니다. 더더욱이 그래서 후회가 남지 않았습니다.
서류는 내 손을 떠났고, 결과가 어떻든 저는 몇 년간 희망해 왔던 것을 이루기 위해 첫 도전을 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발표 예정이었던 시간에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결과를 확인하였고, 첫 번째 도전은 탈락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최선을 다 했기에 후회는 없고,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준비하는 기간이 힘들었지만 새로운 자극들을 느낄 수 있었고, 제 커리어를 조금 더 먼 미래까지 계획해 볼 수 있었던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탈락했던 이유들을 스스로 돌아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력의 부족 (평균 경력 대비 약 20% 미만)
경험의 부족 (단순히 일에 대한 경험뿐만 아니라 스스로 진행한 학습 등)
자기소개서의 낮은 완성도
저는 아마도 내년에도 도전을 해볼 예정입니다. 입시 설명회를 들으며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어떤 교수님이 한 지원자분을 3번째 면접장에서 만났다고 하셨는데, 그 교수님이 해당 지원자 분을 기억하시고 "또 오셨네요"라고 말씀하셨다고 해주셨습니다. 그러자 해당 지원자 분께서 "저는 합격할 때까지 지원할 테니까 그러니 이번에 합격시켜 주시죠"라고 답했다고 하셨습니다. 아마 저도 내년에 되지 않는다면 내후년에 도전을 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최근 몇 년간 도전에 조금 더 포커스를 두고 많은 것들을 실천해보려고 하고 이번에도 결과는 실패이지만 도전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깨달았기 때문에 후기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저는 스스로에 대해서 쉽게 만족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하지만 브런치를 남기고 나서는 제가 어떤 것들을 노력해 왔는지 스스로가 확인할 수 있어 스스로를 더 갉아먹고 무작정 푸시하며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독이고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고계시는 분들께서도 만약 도전을 망설이고 있으시거나, 결과에 두려움을 느껴 실천하지 못하고 계신다면 제 글이 그분들에게 용기를 드릴 수 있는 글이길 바라겠습니다!
저는 다음 이직 성공 후기에 대한 글을 작성하기로 하며 오늘은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
추천 노래는 세븐틴 - 청춘찬가입니다.
https://youtu.be/bw4AuPrLWeA?si=DBR4GoV4Nz1Df-m9
6월 초,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모두 행복한 초여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