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여러 번의 실패와 쓰라린 성장들, 그리고 최종 결과
지난번 이직 일기 글을 쓴 지 벌써 6개월이 다되어 가네요. 저는 그동안 새로운 회사를 통해 약간의 커리어 전환을 경험하며 새로운 환경과 업무에 적응을 해내고, 또 나름 괜찮은 성과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항상 브런치는 뒷순위가 되었지만, 그래도 소소하지만 꾸준하게 제 브런치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더 늦기 전에 다시 글을 쓰러 오게 되었습니다.
얼른 이직 일기를 마무리하고 새 회사에서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 주변에서 여전히 취업과 이직에 마음고생이 심한 분들이 있어서 이렇게나마 그런 분들께 응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번 에피소드에서는 서류 탈락과 1차 면접들을 통해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면, 오늘은 2차 혹은 최종 면접에 대한 프로세스를 진행하며 느낀 점과 배운 점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는 총 2개 회사 채용 프로세스에서 최종 면접까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소개를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 회사) 시리즈 C 이상의 투자를 받았던 에듀테크 스타트업
B 회사)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던 K-POP 산업 관련 스타트업
A 회사는 스타트업 씬에서 꽤나 유명하고 규모 있는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기업이었습니다. 이전 회사를 다닐 때에도 항상 손에 꼽히는 경쟁자이자 에듀테크 선두주자였기 때문에 같은 산업 분야에 몸 담았었던 저로써는 약간의 존경심도 생기게 만들었던 기업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먼저 A 회사에서 채용을 진행하였고,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되었습니다.
1) HR 담당자님과의 사전 통화
2) 1차 실무진 면접
3) 2차 부서 헤드 면접
4) 3차 임원진 면접
1차 실무진 면접은 약 1시간 40분, 2,3차 면접은 하루에 이루어져 저녁 6시에서 9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 종료되었습니다. 규모도 크고 투자도 꽤 많이 받은 스타트업이었기에 지원자로서 회사에 기대하는 바도 많았고, 반대로 회사에서 저라는 지원자에게 기대하는 바도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전 면접들을 진행하며 복기한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을 개선 및 수정한 결과 1차 실무진 면접은 스스로 평가를 내려도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실무진은 제 이력에 대한 궁금한 부분을 정말 세심하고 꼼꼼하게 여쭤봐주셨고, 저는 준비했던 대로 그리고 생각을 잘 정리하여 전달해 주셨습니다. 실제로 면접을 진행하면서 같이 일하게 될 때 우려사항과 유의사항들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런 점들이 매우 긍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기대를 가지고 2,3차 면접을 진행했던 당일은 제 인생 통틀어 가장 좋지 않은 면접 경험을 느꼈습니다. 부서 헤드 면접의 경우 1:1로 진행되었고, 면접관은 저라는 지원자에 대해 전혀 궁금하지 않다고 느끼시는 것 같았습니다. 1차와는 상반된 반응이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질문에 답변을 했습니다. 제가 매력적이지 않은 지원자로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 어쩌면 이번 채용 과정이 좋은 결과가 있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면접과정에서 실망했던 점은 본인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프로덕트를 이용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을 했을 때 180도 바뀌는 면접관의 행동이었습니다. 그전까지 면접을 리딩할 때 질문에서부터 답변, 몸짓, 눈빛 등등에서 정말 힘이 많이 빠졌었는데 프로덕트에 대한 제 피드백은 정말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을 하시던 면접관의 모습에서 이건 면접이 아닌 프로덕트 사용자 유저 인터뷰인가 하는 착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3차 인터뷰가 진행되었고 저는 3차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제가 만약 이 회사에 합격을 하더라도 가지 않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질문을 하고 이전 직원분들의 케이스를 이야기해 주시면서 "라프님이 저희 회사에서 일을 한다면 야근은 물론이고 생활을 포기하면서도 일에만 매진하셔야 할 겁니다. 도저히 라프님이 저희 기존의 저희 회사분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배울 점을 선사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등등의 코멘트를 들었습니다. 사는 동기가 무엇이냐 (정확히는 뭐 하러 사세요?라는 질문이었지만 제가 적절히 해석하자만 이런 의도였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적당하게 그냥 사는 게 좋은 걸 수도 있지만 나는 그리고 우리 회사는 아니다 등의 질문을 들었을 때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고 그때부터는 면접이 아닌 그냥 정말 특이한 사람과 대화를 한다라는 생각으로 저도 궁금한 질문들을 다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HR 담당자님께서 마무리 인터뷰를 해주셨고 HR 담당자님도 면접이 어땠냐고 물어보시면서 독특한 인터뷰 경험이었다고 말씀드리는 제 대답에 "역시나"하는 표정을 지으시더라고요. 결론적으로 2,3차를 진행하며 지원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태도가 가장 실망스러운 점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럼에도 1차 실무진 면접과 HR 담당자님과의 면접은 정말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좋은 회사란 객관적으로 규모가 크고 좋은 회사가 아닌, 나에게 잘 맞는, 내가 가장 퍼포먼스를 잘 낼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조직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탈락이었지만 내가 회사를 보는 기준을 다시금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만약 면접관이 된다면 나는 면접을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이번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하며 공통적으로 받은 피드백은 "주어진 문제를 푸는 건 잘 알겠지만 그게 얼마나 비즈니스적으로 임팩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스스로도 그 부분에 대해서 한계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B회사는 기존의 프로덕트 매니저는 아니지만 신사업 개발 매니저로서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회만 된다면 전략/컨설팅을 기반으로 PO로서의 중장기적인 커리어 목표도 있기 때문에 조금의 커리어 변환이 필요하지만 결국은 지금 제 경력에서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원하였습니다.
다른 회사들에 비해 굉장히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1,2차 면접이 진행되었습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면접관들이 본인 소개를 하지 않아 나중에 입사를 하고 나서는 그분들의 정체를 깨닫고 조금 (많이) 충격을 먹었다는 점이 있네요.
큰 방향성은 정해져 있고 그것을 수행하는데 의사결정권을 갖고 싶던 저에게 해당 회사의 문화가 잘 맞을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특이하게 투자를 아주 많이 받지는 않았지만 스타트업 혹한기 시기에 스스로 흑자를 달성했다는 점이 정말 고무적인 성과라고 생각했습니다.
A와 B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를 거의 동시에 진행했기에 체력적으로 아주 힘들었지만 여러 옵션을 두고 회사를 각기 평가할 수 있었던 점은 아주 긍정적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B 회사에 합격하여 입사를 하였고 지금은 약 6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가끔은 사일로에서 디자이너, 개발자 분들과 으쌰으쌰 일 해나가는 게 그립지만 또 신사업으로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 탄생시켜 잘 커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고대하던 비즈니스적인 관점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고요.
다만 스타트업인 만큼 프로세스가 부족하여 많은 인력이 과도하게 필요한 부분 등 개선해야 할 점은 여전히 많지만 그 과정에서 또 스스로 자동화를 통한 프로세스 개발 등을 진행하며 사업 전반적인 이해도를 키우는 경험도 하고 있습니다.
(다음 글들에서는 이런 업무 자동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짧지만 길었던 이직 과정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이직과 취업을 하는 모든 분들이 본인에게 맞는 좋은 회사를 찾게 되길 바라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추천곡은 제가 최근 빠진 곡이자, 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백현진의 모과입니다.
https://youtu.be/O7n7DXU56Dw?si=UVt5nFVNvnjm-mw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