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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Jun 07. 2024

대승에 기대 어물쩍 넘어가지 말길…

망각이라는 그늘에 숨어 있는 정몽규 축협회장

7:0, 오랜만에 대승이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에선 싱가포르전에서 7골을 몰아치며 대승을 거두었다. 비록 싱가포르가 약체(FIFA 랭킹 155위, 한국 23위 2024년 4월 기준)라고는 하지만 국가의 명예를 걸고 뛰는 월드컵 예선은 모든 게임이 살얼음판이다.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팀은 지난번 황선홍 임시감독에 이어 김도훈 임시감독 체제로 여전히 어수선한 상태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보듯이 축구는 어느 종목보다 감독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감독의 역할은 단지 선발 명단을 추리고 전략 수립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번 선수단 내 물리적 충돌 사건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젊은 선수들 장악은 물론 매 경기 상대 팀에 대한 분석 및 맞춤 전략 수립과 경기 중 발생하는 모든 변수에 빠르게 대응하며 결과를 얻어내야 하는 자리다. 이러한 중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은 여전히 정식 감독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얻은 대승은 그래서 더 의미 있다.

▲ 월드컵 2차 예선 싱가포르전 사진 출처: 축구협회 홈페이지

이번 A대표팀 선발은 부상 등의 이유로 대표팀 구성에 큰 변화를 주고도 얻어낸 수확이라 더욱 값지다. 23명 소집 명단 중 처음으로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무려 7명이나 되었다. 배준호(스토크 시티-잉글랜드 2부리그), 황재원(대구FC), 최준(FC서울), 오세훈(마치다젤비아-J리그) 등 그동안 연령별 대표팀에서 뛰던 젊은 선수들과 박승욱(김천 상무), 하창래(나고야), 황인재(포항) 선수와 같은 연령별 국가대표 경력이 없는 선수들이 그들이다. 이러한 큰 변화에도 불구하고 어제 경기는 김도훈 감독의 선수 기용이 빛을 발했다. 기존 선수와 발탁 선수를 고루 기용하면서 조화를 끌어냈고 결과도 좋았다. 경기 결과에서 보듯 무려 9명의 선수가 골고루 공격포인트를 올렸고, 주민규(1골 3어시스트), 배준호(1골) 선수는 데뷔골을 터뜨렸다.

▲ 김도훈 임시감독과 주민규 선수  월드컵 2차예선 싱가포르 전, 출처:축구협회 홈페이지

이러한 모처럼의 희망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축구팬들의 마음은 계속 찜찜하고 불안하다. 바로 축협 때문이다. 어제 선제골 포함 2골을 넣은 이강인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를 거절하며 믹스트존을 지나갔다. 아마 클린스만 감독 인터뷰 때문에 최근 다시 불거진 하극상 논란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축구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지난 아시안컵 때 있었던 선수들 간의 갈등 문제에 대해 굳이 안 해도 될 얘기까지 꺼내 언론에 뿌리고 있다. 지나친 자기변명으로 참으로 구질구질하다. 별 전략도 없이 선수들 기량에 의존하는 '해줘 축구'로 무능을 드러내더니 물러나서도 제자들 뒷담화나 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니 월드컵 예선전이 끝나기 전에 감독 교체를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인물에게 어마어마한 연봉을 주고 어떻게 국대 감독으로 선택할 수 있었는지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국가대표팀 감독 공백 사태가 벌써 4달째다. 그 여파로 파리 올림픽에 축구를 볼 일도 없어졌다.지금 한국 축구를 이 지경까지 만든 모든 책임은 축협이다. 하지만 축협은 지금까지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지난 3월 A매치 소집 때 축협은 축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던 황선홍 감독을 대표팀 임시감독으로 겸임시켰다. 이때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어떤 말을 했는가? '내가 다 책임지겠다.' 하도 당당하게 말하는 통에 여론은 잠잠해졌었다. 하지만 겸임의 여파는 분명 발생했다. 그 결과가 파리 올림픽 본선 탈락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 위원장이 책임지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정몽규 축협 회장은 이러한 한국 축구의 총체적 문제를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 지 벌써 몇 개월째 그늘 속에 숨어 있다. 그러면서도 지난 5월 아시아축구연맹(AFC) 동아시아 지역 집행위원장에 출마해 조용히 당선되었다. 축구팬들은 정 회장이 다음 축협회장 출마 행보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렇게 어물쩍 넘어가며 축구팬들의 망각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절대로 안 될 일이다. 그늘에 숨어 있는 정몽규 회장은 하루속히 물러나야 한다. 그래야 한국 축구가 산다. 이렇게 생각하니 어제의 대승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이번 싱가포르 전 대승으로 정몽규 회장이 다시 의기양양 양지로 나와 운신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삼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우리는 규칙에 따라 스포츠맨십을 지키는 선수를 좋아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매너 있게 경기에 임하는 스포츠맨십이 스포츠가 가진 매력 중 하나다. 지금 축협은 스포츠맨십이 사라졌다. 축협 회장은 지금 한국 축구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스포맨십은커녕 비겁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더 이상 스포츠인들을 욕보이지 말고 본업으로 돌아가 산업재해와 부실시공을 막는 데 주력해 주길 간곡하게 바란다.


끝으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대 중국전이 오는 6월 11일 오후 8시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축협은 맹탕이지만 축구팬들의 응원으로 꼭 승리하기를 기원하자. 

▲ 월드컵 2차 예선 대 중국전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경기 (출처: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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