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승리 Aug 25. 2022

눈치보기


2022년 8월 25일.


지구가 눈치가 늘었다. 성장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부모 된 사람으로서 꼭 좋은 것일까 고민이 된다.


우리 가족과 내 동생 가족은 1년 터울로 자식들이 생겼다. 동생네 첫째가 먼저 생기고 그리고 우리 첫째, 그리고 동생네 둘째가 생겼다. 우리 집 둘째는 아내 뱃속에 있다.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고 육아의 고충을 서로 교류하다 보니 우리 형제 내외는 가깝게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때로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아이들이 매우 어리다 보니(1번 32개월, 2번 19개월, 3번 10개월) 종종 장난감들을 서로 쟁탈하며 싸우곤 한다. 아무래도 이맘때 나이는 나이가 곧 신체능력과 지능의 표본이기 때문에 당연히 제일 큰 아이가 둘째 아이 장난감을 뺐고, 둘 째는 셋째 아이 장난감을 뺐는다. 그나마 셋째 아이는 10개월이라 반항도 못하고 그냥 뺏기기만 하는 처지인데 첫 째, 둘째 녀석들 즉 동생네 첫 째 아이와 우리 첫 째 아이가 장난감으로 티격태격하곤 한다.

그런 때면 난감하다. 보통 동생네 놀러 갈 때가 많은데 동생네 장난감은 첫 째 아이의 장난감이다 보니 우리 딸내미가 건들면, "언니한테 허락받아야지."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그런 걸 알리가 있나. 그저 울고 떼쓰고 하는 과정인데.

얼마 전에는 떼쓰고 울던 아이가 이제 슬슬 언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언니가 자기가 놀던 장난감을 낚아채면 반항도 안 하고 마치 원래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려고 했던 것처럼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나 역시 장남이었고 내가 내 동생에게 어렸을 적 똑같은 짓을 했을 거다. 한데 막상 커서 보니 동생네 첫째에게 이게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다 큰 어른이 아이한테 서운하다고 티를 낼 수도 없고. 그저 눈치 보며 슬슬 피하는 딸내미가 안타까울 뿐이다.


한편, 첫째라고 무조건 둘째에게 장난감을 양보할 이유는 없다. 첫 째도 어린아이가 아닌가. 아이들은 자기들 만의 소유욕이 있고 나름의 영역이 있다. 이걸 무조건 "네가 더 컸으니 동생에게 양보해야지."라는 방식의 육아 방법도 썩 좋은 것은 아니라 한다.


행복한 고민이겠지만 어느 정도 아이들의 평화로운 화합까지는 아직 먼 이야기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멋대로 지어낸 전래동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