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승리 Aug 23. 2022

멋대로 지어낸 전래동화


지구는 종종. 아니 자주일까? 저녁에 잠을 잘 안 잔다. 그런 때면 어떻게든 일단 눕혀보려고 애를 쓴다. 지구가 보는 유아책을 가져온다거나 하루 동안 찍었던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준다던가 하는데 핸드폰은 많이 보여줄 수 없고, 유아책들은 별로 관심을 안 보이곤 한다.


그래서 한 번은 지구에게 생각나는 데로 전래동화 이야기를 해준다. 19개월이 된 지구는 호랑이와 할미가 뭔지 안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도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이 이야기는 해님과 달님 이야기이고 할머니가 아니라 어머니가 나오는 이야기다. 찾기 전에는 잘 기억이 안 나기도 하고 아직 모든 이야기를 소화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는 보통 다음과 같은 흐름이다.


'옛날 옛날에 호오오오오랑이가 살았어요.'

'어느 날 할머니가 길을 가는데 호오오오랑이가 나타났어요.'

'어흥! 떡하니 주면 안 잡아먹지!'

'그랬더니 할머니가 "에구머니나!"라고 하고 떡을 던져줬어요'


이런 식인데 마무리가 없는 상태로 호오오오오랑이와 할머니의 에구머니나! 만 반복한다.


그러면 지구는 그게 어떤 이야기라는 걸 아는지 양손을 얼굴에 모으고 긴장한 표현을 하려고 바들바들 손을 떨어 보이며 '어흥!' 하는 소릴 따라 한다.


그리고 할머니 이야기가 나와서 떡을 던지는 표현을 하면 덩달아 '휙~~~~' 이라며 자기도 떡을 던진다.


특별한 얘기도 아니고 맥락도 없는 이야기를 마치 눈앞에 펼쳐진 듯 지구를 보다 보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다는 표현을 단번에 이해하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린이집 하원 후 발견한 상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